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접수된 증권신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25년 공모 회사채 발행사의 평균 금리는 3.33%로 집계됐다. 하지만 수치 이면의 실상은 상이하다. 발행사 간 금리 격차가 4%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관측됐다.
단순히 신용등급의 차이로 치부하기엔 동일 등급 내에서도 금리 스프레드가 200bp(1bp=0.01%p) 이상 벌어지는 신용 차별화가 심화됐다. 시장은 이제 간판이 아닌 철저히 현금 창출력을 기준으로 기업의 성적표를 매기고 있다.
본 분석은 2025년 한 해 동안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일반 회사채 및 자본성 증권 발행신고서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데이터의 객관성과 비교 형평성을 위해 은행채·여전채·ABS 및 수요예측을 실시하지 않은 발행 건은 제외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고 조달 특성이 상이한 금융기관·금융그룹 및 공기업 계통 역시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여 일반 기업 간의 실질적인 조달 여건을 분석했다.
“본업 적자에 이자 폭탄까지"… 중앙그룹, 현금 마르는 고금리의 굴레
2025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비싼 이자를 지불한 곳은 중앙일보 계열이다. 그룹 내 3개 계열사가 평균 6.90%의 금리로 2950억 원을 조달했다. 특히 제이티비씨(JTBC)는 1500억 원을 조달하며 발행금리 7.04%를 기록, 전체 발행사 중 유일하게 7% 선을 넘겼다. 콘텐츠 제작 계열사인 SLL중앙(6.94%)과 중앙일보(6.53%) 역시 6%대 중후반의 고금리를 피하지 못했다.미디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저하와 과중한 차입금 부담이 신용도에 치명타를 입힌 결과다. 영업손실로 인해 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맞이한 고금리 조달은 재무 건전성을 더욱 갉아먹는 악순환의 트리거가 되고 있다. 벌어들인 현금이 없으니 이자 비용은 고스란히 추가 차입이나 자산 매각으로 메워야 하는 처지다.
평균 4.11%의 발행금리로 총 6710억 원을 조달한 HL그룹도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건설 계열사 HL D&I가 6.52%에 1710억 원을 조달하며 그룹 평균을 끌어올렸다. 이는 같은 BBB+ 등급인 두산에너빌리티(3.93%)나 한진(3.88%)보다 약 2.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시장이 HL D&I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자동차부품 계열 HL만도(AA-)는 3.12%, 지주사 HL홀딩스(A)는 3.44%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이랜드월드(BBB) 역시 6.39%로 고금리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패션·유통 부문의 현금창출력 회복 지연과 높은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1년 내내 벌어들인 영업현금의 상당 부분을 금융비용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신규 투자 여력마저 위협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 GS그룹, 2%대 저금리로 '조달 경쟁력' 증명
반면, 탄탄한 현금 흐름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과 GS그룹은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 평균 2.71%라는 최저 수준의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2.81%)와 현대백화점(2.63%)은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유통업 내 지배력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중앙그룹이 2950억 원 빌리는데 연간 203억 원의 이자를 부담할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4400억 원을 빌리고도 이자는 절반 수준인 119억 원만 내는 셈이다.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 이미 출발선부터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GS그룹 역시 평균 2.93%를 기록하며 '3%의 벽'을 허물었다. GS리테일(2.64%), GS칼텍스(2.72%), GS파워(2.82%) 등 주력 계열사들이 2%대 초중반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우량채의 저력을 증명했다.
같은 등급 내 '희비 교차'… 롯데건설·신세계DF의 고전
이번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동일 등급 내 금리 편차다. 신용평가사의 등급은 같아도 채권 시장 참여자들이 매긴 '시장 등급'은 냉정했다.대표적 사례가 A등급 건설사들이다. 롯데건설(A)은 5.78%의 금리로 1100억 원을 조달했는데, 이는 같은 A등급인 HDC현대산업개발(3.84%)보다 1.94%포인트나 높다. 심지어 한 단계 등급이 낮은 SK에코플랜트(A-, 4.29%)보다도 1.5%포인트가량 높다. 태영건설 사태 이후 불거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시장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결과다.
AA급 우량채 시장에서도 희비는 엇갈렸다. 면세업 불황에 빠진 신세계디에프(AA)는 4.24%에 발행을 마쳤다. 같은 등급인 GS리테일(2.64%)이나 롯데칠성음료(2.94%)와 비교해도 130b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중국 보따리상 감소와 여행 트렌드 변화로 수익성이 급감하자, 투자자들이 AA급이라는 간판보다 업황 악화라는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LG에너지솔루션(AA)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차전지 대장주임에도 3.20%로 발행됐는데, 이는 같은 AA 등급인 GS파워(2.82%)나 SBS(2.83%)보다 높다. 이유는 발행 규모다. 단일 회차에 1조6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조달하면서, 물량을 완판하기 위해 금리 메리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대량 발행에 따른 수급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그룹 내에서도 계열사 간 금리 차이가 뚜렷했다. CJ그룹의 경우, CJ대한통운(2.83%)과 CJ제일제당(2.86%)은 그룹 평균(3.16%)을 낮추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CJ CGV(BBB+)는 5.69%의 고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돌아오는 차환 시즌, '등급 하향'의 부메랑
고금리로 빌린 기업들이 맞닥뜨릴 진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차환 발행이다. 2025년에 7%로 빌렸다는 사실은 만기 시 시장이 요구할 기준점이 이미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과도한 이자비용은 재무지표를 악화시키고, 이는 다시 신용등급 하향의 근거가 된다. 만약 BBB급에서 한 단계만 밀려 BB급(투기등급)이 되면 공모채 시장 접근 자체가 차단된다.
고금리 꼬리표를 단 중앙그룹, HL D&I, 이랜드월드 등은 뼈를 깎는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다가오는 차환 시즌에 더 가혹한 청구서를 받아 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과거의 이름값이 돈을 빌려주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시장은 미래의 현금흐름만을 믿는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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