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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에 갇힌 삼성전자 성과급…반도체 슈퍼사이클도 못 넘는 '50% 벽'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23 14:52 최종수정 : 2026-01-23 19:28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성과급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영업이익 10%를 한도 없이 나누는 SK하이닉스가 삼성보다 4배 많은 '억대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아무리 벌어도 '연봉의 50%' 상한선에 묶인 삼성전자의 구조적 한계가 부각되며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지=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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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하이닉스 vs '연봉의 절반' 삼성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9시 기준 조합원 수는 5만9,576명으로 집계됐다. 과반 노조 성립에 2,924명만 남겨 놓고 있다. 과반 노조가 되면 다른 노조와 공동교섭 없이 단체교섭권 등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2024년 설립됐다.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차이에 따른 불만으로, 넉 달 만에 조합원 수가 8배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사업부별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확정 공지했다. DS(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부문은 계약연봉의 47%다. DX부문은 MX(모바일) 50%, VD(TV 등) 12%, DA(생활가전) 12%, 경영지원 부문과 자회사 하만은 39% 등으로 책정했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 1인당 평균 계약연봉은 7,700만 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DS부문의 OPI는 3,600만 원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한다. PS 산정 금액 중 80%는 당해,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10%씩 주는 방식이다. 반도체 초호황 효과를 반영한 증권사들의 SK하이닉스 2025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44조~48조 원이다. 46조 원 10%인 4조6,000억 원을 SK하이닉스 직원수(3만3,000명)로 나누면, 1인당 대략 1억4,000만 원을 3년에 걸쳐 지급할 것으로 계산된다.

직급이나 근속연수 비율에 따른 오차는 있겠지만 단순 계산으론 'SK하이닉스 성과급이 삼성전자(반도체)의 4배'라고 말할 수 있다.

왜 다른가? 세금·비용 빼고 나누는 삼성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영업이익 규모가 다르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는 25조 원 정도다. 작년 상반기부터 HBM(고대역폭메모리) 효과를 누린 SK하이닉스보다 20조 원 정도 적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같은 영업이익을 벌었다고 가정해도 성과급 규모는 적을 수 밖에 없다. 성과급 책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OPI를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책정한다. EVA는 회사가 번 돈(영업이익)에서 '자본을 사용하는 데 든 비용'을 뺀 지표다.

계산식은 '순영업이익-(투하자본x가중평균자본비용)'이다. 단순 요약하면 영업이익에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순영업이익), 주주와 채권자들에게 배당·이자를 지급하고(가중평균자본비용), 공장 지은 돈이랑 재고에 대한 기회 비용 등(투하자본)까지 모두 빼고 남는 몫을 배분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단순하다. 영업이익의 10%다.

삼성전자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벌어들인 '진짜 이익'을 직원들과 나눈다는 의미에서 합리적일 순 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불투명하고 복잡한 재무 산식은 차치하더라도,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이 경쟁사보다 적다는 불만이 생긴다.

게다가 상한선 없는 SK하이닉스 PS와 달리 삼성전자 OPI에는 '초과이익의 20%'와 '연봉의 최대 50%'라는 한도가 붙어있다. DS부문은 영업이익 25조 원 수준으로도 최대 상한에 근접하는 OPI가 책정됐다. 제도 개편 없이는 올해부터 2~3년간 영업이익이 4~5배까지 늘 것이라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를 성과급으로 보상 받지 못 할 게 분명하다.

MZ세대의 목소리가 바꾼 하이닉스의 파격 행보

SK하이닉스 성과급 체계가 처음부터 파격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도 2021년 이전까지 EVA를 기준으로 한도가 정해진 성과급을 지급했다.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 기준을 따른 것이다.

변화는 'MZ세대의 상소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입사 4년차 김 모 사원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삼성전자와 성과급 차별에 대해 항의하고 성과급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자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 회장은 SK하이닉스로부터 받는 연봉을 반납하는 한편, 회사는 '영업이익 10%'라는 새로운 성과급 기준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노사 협상을 통해 올해부터 적용되는 성과급 상한(기본급 1000%) 폐지와 8:1:1 3년 분할 지급안을 마련했다.

'주식 보상' 카드 결과는 3년 뒤

삼성전자도 직원들 불만을 모르는 건 아닌 듯하다. 회사는 작년 10월 새로운 보상 체계 '성과연동 주식보상(PSU)'을 도입했다.

PSU는 일정 기간 주가 상승폭에 따른 배수 만큼 주식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주가 상승률에 대한 주가 지급배수는 3년 기준 ▲20% 미만 0배 ▲40~60% 1배 ▲60~80% 1.3배 ▲80~100% 1.7배 ▲100% 이상 2배 등이다. 약정 주식수는 사원·대리급이 200주, 과장·차장·부장급은 300주로 알려졌다.

PSU 도입 당시 기준 주가는 8만5,385원이다. 최근 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최대 수준 보상이 예상된다. 이를 테면 증권사들 목표주가 18만 원(기준가 대비 110% 상승)을 달성해 2028년 10월까지 유지한다면, 과장급 직원은 600주를 지급 받는다. 이 때 주식평가액은 1억800만 원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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