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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자사주 8천억’ KCC 정몽진 선택은? [자사주 리포트]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09 05:00

자사주 비중 17%, 8200억 대
작년 EB 발행하려다 전면 철회
보유 삼성물산 지분 관심 집중

▲ 정몽진 KCC 회장

▲ 정몽진 KCC 회장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KCC(대표이사 정몽진·정재훈)가 20년 넘게 보유해 온 약 8,200억 원 규모 자기주식 처분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명시하며 제도적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법 시행 전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1년 6개월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사 충실의무 위반 및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22년간 방치된 자사주

현재 KCC가 보유한 자사주는 153만2,300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17.24%에 달한다. 지난 6일 종가(53만8,000원) 기준 8,244억 원 규모다.

KCC는 지난 2003년 3월 25일 당시 보유 중이던 자사주 73만461주를 소각한 바 있다. 이후 약 22년 동안 추가 소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1월 1일 KCC글라스 인적분할 과정에서 보통주 1주당 0.84주 비율로 주식이 병합됨에 따라 자사주 수량은 기존 72만3065주에서 60만8675주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단주 6817주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KCC는 주가 안정을 위해 신탁계약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20년 9월~2021년 3월 61만2,826주, 2022년 2~8월 30만3,982주를 추가 취득했다.

KCC가 자사주 소각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자사주 소각과 교환사채(EB) 발행,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을 골자로 한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사주를 담보로 EB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복지기금에 출연해 의결권을 되살리는 우회적 경영권 방어 전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발표 당일 주가는 11.75% 급락했다. KCC는 결국 엿새 뒤인 9월 30일 해당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주주가치 최우선 고려”

KCC가 20년 넘게 자사주를 방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KC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 정책과 개정 법안 취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자사주 처리 방안은)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자사주는 유사시 우호 세력에게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 보루로 봤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와 시장 압박에 따라 자사주를 전격 소각해 ‘밸류업’에 동참하는 것이고, 둘째는 명확한 사업적 목적을 밝혀 주총 승인을 얻어 보유를 연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소액주주들 찬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미 지난해 EB 발행 철회 사태를 통해 주주들 목소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KCC가 선제적으로 자사주 처리 방안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자사주가 리스크 아닌 기회가 되려면, EB 발행과 같은 편법적 유동화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주주 환원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유 삼성물산 지분은?

KCC는 실리콘 사업부 실적 변동성과 높은 차입금 부담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자사주는 기업 입장에서 손쉬운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를 단순히 ‘현금화’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 시점에서 시장은 KCC가 보유한 4조8,000억 원 규모 삼성물산 지분에 주목한다. 현재 KCC는 삼성물산 지분 1,700만9,591주(10.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일 종가 기준 4조8,222억 원 규모에 달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가 고금리 차입금을 유지하면서 저수익 비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구조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KCC가 보유한 상장주식 배당수익률(2025년 추정 기준)은 약 1.4%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2024년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수금융 부채금리는 연 6.7%나 된다.

삼성증권은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4조8,000억 원 규모로, KCC 시가총액(약 4조7,000억 원)을 웃돈다”며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당 가치가 최대 125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해 지주사 할인율을 해소할 경우 약 78.3%의 주주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며 “혹은 이 자산을 기초로 EB를 발행해 고금리 차입금을 리파이낸싱하면 이자비용 절감만으로도 약 54.6%의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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