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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보다 무서운 부도…중견 건설사가 지방 분양에 나서는 이유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23 14:22

수도권 내 공사 중인 현장./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수도권 내 공사 중인 현장./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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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지방을 중심으로 적체된 미분양 물량은 중견 건설사들의 목을 죄는 '트리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견디다 못한 몇몇 기업들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부도업체수는 6개(종합 2개, 전문 4개)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소·폐업 건수는 767건(종합 223건, 전문 544건)이며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 전분기 대비 2.5%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오히려 신규 분양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더구나 '미분양의 늪'이라 불리는 지역에서도 랜드마크 입지와 역세권, 대규모 단지라는 상징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고사 직전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 분양 강행의 속사정

중견 건설사들이 미분양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현금 유동성 확보의 절실함'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분양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공사비 지급은 물론 대출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진다. 미분양이 쌓여 자금이 묶이는 것보다, 차라리 분양을 강행해 계약금과 중도금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당장의 부도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중소 건설사 대표는 "사업장을 멈춰 세우는 순간, 관리비용과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직원들도 공사없이 유지하는게 어려워 차라리 신규 사업지 확보나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그나마 현금이 도는 길이다"라고 토로했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중단하고 파산을 기다리느니,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공사를 진행해 완공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 공사 지연 시 청구되는 천문학적 위약금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공사 지연 시 청구되는 천문학적 위약금(지체상금)이 존재한다. 지체상금은 입주일까지 공사를 못 마치면 분양 대금에 일정 이율을 곱해 보상하는 비용으로, 최근 원자재 부족과 인력난으로 지연 사례가 늘고 있다.

"미분양보다 무서운 공기 지연"이라는 업계 속언처럼, 불안정한 수급 상황 속 무리한 공사 강행이 빈번하다. 단 몇 달만 늦춰도 재무 구조 타격이 치명적이라 생존을 건 도박이 된다.

또한 전체적으로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소위 '되는 곳은 된다'는 양극화 현상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입지나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불황기에도 대기 수요가 존재한다는 계산이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곳 옆에 세우게 된다면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한다"고 밝혔다.

◇ 수요자 마음 얻기 위한 '금융 혜택'의 공세

수요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호황기에는 볼 수 없던 금융 혜택을 전면에 걸기도 한다.

최근 경기도에서 분양에 나선 견본주택 내부./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최근 경기도에서 분양에 나선 견본주택 내부./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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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자체를 주변 시세보다 낮추는 것은 물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나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은 기본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심지어 계약금 정액제를 도입해 초기 자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 쌓여가는 '악성 미분양'의 공포

이러한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 가장 큰 문제는 '준공 후 미분양', 즉 악성 미분양의 증가다. 건물이 다 지어졌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늘어날수록 건설사의 재무 구조는 급격히 악화된다.

정부 역시 미분양 물량 매입 약정이나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냉기를 녹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체질 개선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

결국 중견 건설사들의 분양 재개는 '살기 위한 몸부림'인 동시에 '위험한 줄타기'다. 입지 경쟁력을 갖춘 단지를 중심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유효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부동산 경기 회복 없이는 하방 압력을 견디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건설사 스스로 과도한 PF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구조를 내실화하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 지원을 넘어, 미분양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 완화와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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