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10~11월 중 DF1 사업권 재입찰을 진행한다. 지난 18일 신라면세점이 1900억 원대 임대보증금 위약금을 내고 사업 철수를 택한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면세점 입찰 당시 객당 임대료로 8987원을 제시했는데, 과도한 경쟁에 따라 낙찰받은 임대료가 수익성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은 내년 3월 17일 영업을 종료한다.
인천공항의 공백을 채울 새 후보로는 롯데면세점과 CDFG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재입찰은 약한 경쟁 강도와 낮은 입찰가 등 면세업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두 사업자가 재입찰에 참여 안 할 이유가 없다”며 “두 곳 모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2023년 입찰 당시 1그룹 응찰 사업자 중 가장 적은 입찰가(6738원)를 제시해 탈락했다. 당시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사업권을 포기하거나 2차 심사 기준에 미달하지 않는 이상 최소 2년간 인천공항 진입이 불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신라가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2년 만에 기회를 갖게 됐다.
인천공항에 재입성하게 될 경우 2023년보다 약 40% 낮은 가격에 면세사업권 낙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면세점의 1위 자리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인천공항 입찰을 놓친 뒤 시내면세점과 온라인 등에 힘을 주고, 다이궁과 이별하며 수익성 개선 작업에 성공한 롯데면세점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은 국내 4개 사업자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CDFG의 참여는 기존 국내 사업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CDFG가 인천공항에 입성하게 되면 중국 관광객의 이탈이 클 수 있어서다. 국내 사업자들에게 ‘큰손’인 중국 관광객이 CDFG로 향하게 된다면 국내 면세업계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의 사업권 철수로 신세계면세점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면세점의 객당 임대료는 9020원으로, 신라면세점과 동일하게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신라면세점이 사업권 철수를 선택한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를 깎아주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앞서 인천공항은 다른 면세사업자와 형평성, 입찰의 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임대료 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이 철수를 선택할지, 소송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진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라면세점 철수가 예정된 2026년 이후부터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기존 대비 연간 약 1000억 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DF2를 운영 중인 신세계에 대해서는 “호텔신라의 이번 결정으로 신세계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나, 향후 DF1 권역의 입찰과 인천공항의 스탠스에 따라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