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은 지난 1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화장품 신사업은 애경산업 인수를 노리고 있다.
태광산업이 신사업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기존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 매출 대부분은 고순도테레프탈산(PTA), 프로필렌, 아크릴니트릴(AN) 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고 있는 울산 석유화학 1~3공장에서 나온다.
해외에서는 중국 스판덱스 공장인 태광화섬(상숙)유한공사를 운영 중인데, 누적된 적자로 인해 최근 일부 생산 라인을 중단했다. 사실상 중국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태광산업은 1분기말 기준 현금성 자산 1조4000억원 을 포함해 총 1조9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1조원 가량을 가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24.4%)을 담보로 EB 3186억원어치 발행을 의결한 이유도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EB 발행은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주주 이익 침해 우려가 있다며 문제 제기 했기 때문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EB 발행에 대해 "상법 위반이자 배임"이라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EB 발행 이후 채권자가 교환권을 행사해 이들에게 자사주가 넘어가면 기존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법원 결정에 태광산업 운명이 갈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신사업 투자가 시작하기 전부터 무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은 오는 18일 시작해, 이달 중으로 결론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 업황이 극도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 없이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