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12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700억원)과 3년물(5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4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각각 -60~+6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은 채무상환에 쓰이며 대표주관 업무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규모 주관사단과 희망금리밴드다. 최근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발행사들이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투자수요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DCM 주관업무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주관사들이 동시에 대거 출현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그만큼 HDC현산의 회사채 발행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제시한 희망금리밴드에서도 HDC현산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DCM 시장에서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 혹은 등급민평 금리 평균에 -30~+30bp를 가산해 제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HDC현산의 2년물과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같은 등급(A0) 대비 약 30bp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희망금리밴드 기준 상단을 2배(60bp) 열어둔 것은 HDC현산에 대한 시장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금리 하락 기조에 맞춰 순상환 전략을 취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차환 대상 부채(500억원, 2020년 5월 발행) 금리는 3.53%(5년물)다. 이번 공모채 발행 시 차입 만기는 줄어드는 반면 조달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도 HDC현산이 공모 시장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탭핑’이다. HDC현산은 지난 2022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공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됨과 동시에 물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여파로 HDC현산 차입금은 급격히 늘면서 무차입경영 기조는 깨졌다. 이후 조금씩 순차입금 부담이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HDC현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시장 불신이 여전하고 부동산 시장 전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HDC현산은 실질적인 시장 반응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향후 자금조달 전략이 수정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불규칙한 현금흐름 대비다. HDC현산은 지난해 개포주공, 둔촌주공 등 분양불 사업장에서 자금을 회수해 3144억원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했다. 그러나 분양불 사업장 특성상 분양 자체 결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현금흐름이 급격히 쪼그라들 우려가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 규모는 8505억원에 달한다. PF 우발채무의 30% 규모로 부담이 적지 않다. 또 단기성차입금(1년 이내 상환)은 2조197억원으로 현금성자산(1조734억원)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즉 당분간은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희망금리밴드는 크게 열고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렸다는 자체가 자금조달에 필사적이라는 의미”라며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 것은 맞지만 그 이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진행하면서 신뢰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부실시공 문제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등 불안심리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