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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배스’ 단행 대우건설, 수주 18조 ‘변곡점’

조범형 기자

chobh06@

기사입력 : 2026-03-03 05:00

잠재 부실 선반영 후 재무 체질개선 기대
중동·아프리카 등 신규 발주 물량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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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문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제공 = 대우건설

▲ 신이문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제공 = 대우건설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대우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1조10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잠재 리스크의 선제적 정리’로 단언했다.

이는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2026년을 실질적인 반등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올해 수주 목표를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인 18조원으로 제시하며 외형 성장 의지도 분명히 했다. 재무 구조 정상화와 공격적 수주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대우건설은 지금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변곡점 위에 서 있다.

4분기 1조원대 적자…해외·국내 사업 리스크 일괄 반영

대우건설은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1조10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단일 분기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규모다.

건설 경기 둔화와 원가 상승, 일부 해외 프로젝트의 공정 지연 및 추가 원가 발생 가능성, 국내 사업장의 충당금 설정 등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그동안 장부상에 남아 있던 미수채권, 우발채무 가능성, 원가 상승분 등을 일괄적으로 비용 처리하면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빅배스는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손실을 한 시점에 집중 반영함으로써 재무제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회계 전략이다. 당기 실적은 급격히 악화되지만, 이후 회계 부담을 덜고 기저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해외 플랜트·인프라 사업의 경우 공정 지연이나 설계 변경, 발주처와의 정산 문제 등으로 손익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수적 충당금 설정은 재무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무 구조 재정비…차입 부담·현금흐름 관리 과제

1조원대 영업손실은 재무지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익잉여금 감소와 함께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 등 주요 지표의 변동이 불가피하다. 건설업 특성상 대규모 운전자본이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 관리와 차입 구조 안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대우건설은 손실을 선반영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대규모 충당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2026년 이후 실적 개선 시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재무 구조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는 향후 분기 실적과 현금창출력 개선 여부로 확인될 전망이다.

증권가 '실적 가시성 확보'…원전 수주 변수

증권가에서도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빅배스로 실적 가시성을 증대시켰다"며 "빅배스로 자본의 감소는 부정적이지만 유동성 우려가 적다.

또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팀코리아의 시공 담당 일원으로 다수의 원전 수주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대규모 손실 반영이 곧바로 체질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손실의 원인이 된 사업장의 실제 현금흐름 개선 여부,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 차단,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 전환 등이 뒤따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영업손실 확대가 자기자본 감소와 재무지표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시장 신뢰와 직결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추가 반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원전 사업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그 시기에는 유의해야할 것"이라며 "국가 간 협상(리스크 분담 문제, 우라늄 농축 협의 문제 등), 한전-한수원의 수출 가버넌스 문제, 대미 인프라 투자 특별법 통과 여부 등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정비사업 연속 수주…도시정비 시장 존재감 유지

재무 충격과는 달리 수주 전선은 비교적 활발하다. 대우건설은 부산 사직4구역 재개발 사업과 서울 동대문구 신이문 역세권 재개발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도시정비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수도권과 광역시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주택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 전략이다.

정비사업 시장은 최근 공사비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 등으로 사업성 검증이 한층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조합 역시 시공사의 재무 안정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중시하고 있다.

주택 부문에서는 기존 브랜드 ‘푸르지오’와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급화·특화 설계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브랜드 파워는 수주 경쟁력과 직결된다. 다만 분양시장 회복 속도와 미분양 관리, 공사비 증액 협상 등 변수도 여전히 상존한다.

김보현 사장 신년사 “내실·안전 최우선”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양적 성장보다 수익성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 원가 혁신, 현장 안전 문화 정착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무리한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사업성 검증을 강화하겠다”며 선별 수주 기조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해외 인프라·플랜트와 신성장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빅배스 이후 첫해 전략 방향을 명확히 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해외 수주 확대 노림수…전통 거점 재가동

해외 사업 역시 대우건설 실적의 중요한 축이다. 회사는 리비아,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에서 인프라·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발주 물량을 모색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해외 사업은 수주 규모가 크고 외형 성장에 기여도가 높지만, 환율 변동과 정세 불안, 발주처 리스크 등 변동성도 크다.

과거 일부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 경험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조 수주 목표…외형 확대와 수익성 균형이 관건

대우건설이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는 18조원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수주 실적을 감안할 때 도전적인 수치다. 1분기 들어 조 단위 수주 실적을 확보하며 출발은 순조롭다는 평가도 있지만,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내 정비사업 추가 수주와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동시에 필요하다.

문제는 ‘양’과 ‘질’의 균형이다. 외형 확대에 치중할 경우 저마진 수주가 누적돼 또 다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익성 중심 전략을 고수하면 단기 수주 실적이 목표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빅배스 이후의 첫 해인 만큼, 대우건설의 수주 전략은 과거보다 더 엄격한 내부 기준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전망·자금조달 비용 변수

대규모 적자 반영 이후 신용평가사들은 대우건설의 재무지표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수익성 저하와 차입 부담 확대 가능성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하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신용등급 하향은 회사채 발행 금리 상승과 직결되며, 이는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회사채 등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될 경우 신규 사업 추진에도 제약이 생긴다.

따라서 실적 턴어라운드와 함께 재무 안정성 회복 신호를 시장에 조기에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관리 강화…지속가능 경영의 전제

최근 건설업 전반에서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계가 높아지면서 안전관리 역량은 기업 가치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대형 건설사에 대한 안전 투자와 내부 통제 강화 요구도 강화되는 추세다.

대우건설 역시 현장 안전 점검 체계를 재정비하고 예방 중심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수주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정 관리, 원가 통제, 안전 관리가 동시에 안정화돼야 한다.

2026년, 체질 개선 성과 증명해야

대우건설의 이번 행보는 과거의 불확실성을 정리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시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관건은 실행력과 시간이다. 18조원 수주 목표 달성,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해외 리스크 관리, 신용도 회복, 안전관리 강화 등 복합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2026년 대우건설의 성적표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빅배스로 털어낸 과거의 무게만큼, 이제는 실적으로 보여줄 차례다. 이익이 늘고 현금흐름이 살아나는 숫자들이 쌓일수록 시장과 금융권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체질 개선의 약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2026년이 그 답을 내놓는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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