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의 높아진 연체율과 부실자산비율 등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동시에 어려움에 처한 취약 차주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상생 효과도 있어 긍정적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재원조달 과정에서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게 높아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차주들의 빚을 나랏돈으로 갚아준다는 인상을 줘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강남, 신촌, 이대 등 도심 대로변 곳곳에서 찾은 임대문의 빌딩들 / 사진=한국금융신문
한국은행 ‘금융안정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1년 4분기 0.52%에서 2024년 4분기 1.67%로 급증한 상태다. 이에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채무조정 신청 채무액은 20조3173억원(차주 수 12만5738명)이다. 여기에 코로나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약 50조원(만기 연장 47조4000억원, 원리금 상환 유예 2조5000억원)이 오는 9월 말 만기가 도래한다.
이처럼 상황이 갈수록 시급해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는 지원 규모와 속도 면에서 보다 선명한 부채 탕감·조정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5일 금융위는 비영리 법인의 채권 매입 허용을 골자로 하는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의 변경을 예고하며 배드뱅크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실자산을 따로 떼내면 특히 최근 연체율 및 NPL비율 상승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2금융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22년 이후 미분양 증가로 눈덩이 손실을 낸 부동산PF 분야의 부실채권 처분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전문적 자산 정리 기구 도입으로 인한 효율성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미국 리먼사태나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사태 이후로도 배드뱅크가 도입돼 각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소각 및 정상화에 기여한 바 있듯, 배드뱅크 도입이 무조건 금융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배드뱅크 설립을 두고서도 비슷한 지적들이 나온다. 개인들이 배드뱅크만 믿고 무작정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채무를 진 뒤, 국가 세금과 은행 등 금융권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를 막아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이다.
자산평가 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담보될 것인지에 대한 담론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부실자산을 배드뱅크로 넘길 때의 시장가와 장부가 사이에 차이가 커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되며, 회수 실패 시 국민이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개인의 실패가 국가 재정이나 은행들의 재원 등으로 옮겨지면서 세금의 역진성(조세부담이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현상)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 당국이 은행들에게 추가적인 재원 조달을 요청할 경우, 당국이 은행에 요구하는 밸류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기업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이해관계가 꼬일 수 있다는 시각을 보내고도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배드뱅크 도입은 엄격한 대상 선정 기준과 채무조정 조건 제시, 채무의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처리를 훨씬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