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 펀드를 마련해 AI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양 후보의 선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AI 중심 혁신 방안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대규모 펀드 조성과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 금융 규제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행 규제 하에서는 자금 확보와 자유로운 투자가 모두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규제 개선과 해소를 통해 투자 시장 규모를 키우고 참여자를 늘려야 투자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VC업계에서 개선을 희망하는 규제로는 기업형 벤처캐파탈(CVC)의 외부자금 출자한도 제한, 해외기업 투자 제한 등이 있다.
현재 CVC의 외부자금 출자한도는 40%, 해외기업 투자 비중은 총자산의 20% 이내로 묶여있다.
특히 외부자금 출자 비중 제한의 경우 펀드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쳐, 우선적으로 완화해야 할 규제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초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 하나로 해당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VC 세제 지원 확대와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도 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지목된다.
68개 법정기금의 5%를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법을 제정, VC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지난해 기준 법정기금 운용 규모는 1023조원으로, 5% 투자가 의무화될 경우 약 51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이 나란히 내놓은 소호·서민금융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가 경쟁력을 키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금융지주의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 막혀 비금융 사업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 금융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높은 심사 문턱과 심사 인력 문제 등으로 더욱 다양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당국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금융·핀테크 업계의 서비스 개발 노력에 비해 승인 건수와 속도 모두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기존 승인된 것와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심사 기준을 더욱 낮추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지분 확대를 통한 핀테크·플랫폼사와의 시너지 강화로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크게 제한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지분 5% 소유 제한을 15%로 확대하는 ‘금융지주회사법’·‘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전문가들은 15%도 부족한 수준으로 본다.
금융업계와 학계에서 제안하는 방안은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에서 지주와 은행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의 '땡겨요'와 같은 모델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고객 편의성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9년 금융현대화법 시행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고, 일본도 2016년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의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증권가에서는 IB(기업금융) 신규 라이선스(인/허가), 신사업·해외진출 지원 관련 규제 완화와 배당세제 합리화 등을 숙원사업으로 꼽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투자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진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특히 신흥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양자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투자업이 혁신산업 자금 조달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위해 STO(토큰증권 발행) 관련 법제화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200조원(국내 순자산 기준)을 바라보는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추가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를 원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관련 규제 등을 완화해 앞으로 미국, 홍콩 등과 같이 적극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하고 좀 더 다양한 금융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은퇴금융 연금시장 확장을 위해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퇴직연금 자산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제도 개선과 투자 규제 완화, 투자 친화적 세제 개편을 통해 연금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대체거래소 ETF/ETN(상장지수증권) 거래 허용 관련한 투자자 보호책 보강, 외국 사모펀드와 국내 사모펀드 간 규제 차이 해소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생보사들이 고령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요양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토지와 건물 소유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민간 사업자가 3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해야 하므로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라며 "특정 요건을 갖춘 경우 임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비와 간병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운용 가능상품에 보장성 보험을 포함시켜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외에 퇴직급여의 10년 초과 장기 연금수령에 대한 조세 지원 확대, 이연퇴직소득의 장기 연금수령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인하하거나 면제, 종합재산신탁에 대한 재신탁 허용, 금전공동운용 범위 확대 등 규제를 개선하고 소득세, 증여·상속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마련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관리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비급여 악용으로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어 공·사의료보험(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저해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관리체계의 확립을 위해서, 비급여 의료에 대한 가격규제를 도입하거나, 표준임상진료지침과 같은 비급여 진료기준이 마련이 필요하다"며 "비급여 보도제도를 개선하여 제출 대상 기간을 현행 1~2개월 분량에서 12개월로 확대하거나, 의료기술평가제도의 개선을 통해 신의료기술평가 고시를 구체화하거나 문제 비급여를 퇴출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험 GA 업계에선 보험판매전문회사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보험개혁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대외적 불안정성이 커지며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 영업 채널이 GA 중심으로 확대된 만큼 소비자 편익 증대와 보험의 사회적 역할 제고를 위해 보험판매전문회사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시 우리나라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예보료율 합리화를 통한 서민금융 지원 확대, 정책서민금융창구 저축은행 일원화로 서민금융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LTV, DSR 차등적용으로 취약차주 대상 포용금융 활성화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지방 저축은행 역할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도 제안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영업구역 광역화, 의무대출비율 완화 등 서민금융 소비자 선택권 확충이 필요하다"라며 "동종업계 자본력과 경쟁력 있는 대주주 M&A 활성화로 지역별 균형 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을 마련하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맹점 편의와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카드사 자금이체 업무 수행을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건의한다"라며 "전용계좌가 허용되면 카드회원들에게는 평균 0.2% 은행 수수료 절감분을 포인트나 할인 등 혜택으로, 가맹점에는 결제대금 선지급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캐피탈 업계에서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 알선 업무와 통신판매중개, 보험대리점 업무 허용을 요청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단순 광고를 넘어 국내 정보비대칭 해소와 소비자의 중고차 거래 편의성 제고 등을 온라인 계약 체결, 매매대금 안전 결제 서비스, 차량 용품 판매 중개, 중고차 인증·진단 정보 제공 등이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허용되길 바란다"라며 "보험대리점도 캐피탈사가 영위할 시 캐피탈사가 보유한 차량정보를 활용하여 자동차 보험 할인특약 확인 등 소비자 친화적 보험 상품 추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신기술금융 업계에서는 여전법 외에 별도 법안 마련을 요청했다. 신기술금융업은 벤처투자라는 업무 특성에도 불구하고, 여전법을 일률 적용받고 있어 시장변화 대응과 투자역량 발휘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기술금융 업계 관계자는 "별도법 제정과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벤처 생태계 활성화 유도가 필요하다"라며 "금융·보험업 영위 사업자에 대한 투자 허용, 역외펀드 등의 결성·운영 근거 명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