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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취약차주 대출 등 정책자금 규제 풀어야” [새 정부에 바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6-02 00:00

상생·건전성 양분 난항, 규제 예외 필요
가산금리 규제·비이자 강화 대책 언급도?

시중은행 “취약차주 대출 등 정책자금 규제 풀어야” [새 정부에 바란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시중은행이 이자장사만 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상생금융도 많이 늘리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인센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친 당국 차원 압박까지는 없었으면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양자 모두 ‘상생금융’을 핵심 경제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시행해야 할 시중은행들은 상생금융 강화와 건전성 확보라는 두 갈래길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금융 재원 지출을 기록했던 시중은행들은 거시경제 악화에 대응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저신용자 등 고위험 차주들에 대한 대출 총량규제 완화나 위험자산 예외 등의 조치가 수반되야만 서민·상생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 사회공헌?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사회공헌액은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망가진 내수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늘어나며 금액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상생금융은 은행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취약한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금융 지원정책을 가리킨다. 금리 및 수수료 인하, 연체이자율 감면, 원금상환지원, 채무감면 등이 포함되는데, 주로 중저신용자나 소상공인 등 힘겨운 상황에 처한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우량 차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대출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 일제히 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에게 있어 이 같은 고위험군 대출의 확대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NPL) 규모는 3조7050억원대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2조7110억원과 비교해 무려 1조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상생금융 건전성 분류요건 완화

따라서 당국은 지속가능한 상생금융을 위해 은행들로 하여금 경영실태평가 개선, 소상공인 금융지원 관련 손실에 대한 임직원 면책 등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자금공급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 연장 조치 등도 추진한다.

가계여신 중 장기 분할상환 대출 등 은행권 자체 채무조정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요주의, 고정이하 등으로 분류되던 것을 건전성 분류 요건에서 완화하는 안도 검토 중이나, 대선 정국에 접어들며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양당 후보는 추가적인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에서부터 계엄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 폐업지원금 확대 등 포퓰리즘 공약을 앞세우며 은행권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서민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생기금 조성 등도 검토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상생금융의 필요성이나 도입 취지는 은행들도 당연히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무작정 쥐어짜기식의 상생 요구는 주주들에게도 악영향이 갈 수 있는 부분이라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당초 완화해주겠다는 규제들도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뭉개서 기한이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위험자산(RWA)이나 BIS비율 적용 예외 등 숨쉴 구멍을 어느 정도 만들어줘야 상생금융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에 부동산PF발 경제위기가 왔을 때도 신규자금 공급 시 건전성을 별도로 분류하는 안이 시행됐었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에 있어서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준다면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실천하는 데에 장애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가산금리 은행법 개정안 예의주시

가산금리 관련 은행법 개정 문제도 여전히 도마 위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간담회를 통해 가산금리 산정 체계 손질 필요성을 공언한 바 있다.

대출 가산금리는 은행이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에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다.

가산금리에는 업무 원가·법정 비용·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는데,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은행법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권이 법정 비용이라고 주장하는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 등을 가산금리에 넣어 대출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은행권에서는 출연료 등도 모두 대출을 취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인데, 이런 부분들을 넣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제조사에 제품 원가 일부를 가격에 반영하지 말라는 것 소리"라면서도, "다만 은행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돼 기존에 나온 안보다는 작년 12월에 나온 개정안이 그나마 완화된 수준이라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촉각만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자체 추산에 따르면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출연료 등 연 3조원 이상의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고 그만큼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수익다각화 위해 규제 해소 필요

이자이익에 쏠린 은행의 수익구조를 비이자이익 영역까지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막상 이를 다변화하고 싶어도 겹겹이 쌓인 규제가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목소리다.

비이자이익은 WM과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신탁, 뱅킹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온·오프라인 송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취약 대출자의 중도상환수수료도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있어 수수료이익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다행히 올해 초 금융위원회의 보험개혁회의에서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가 다소 완화된 점은 은행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카슈랑스는 특정 회사 간 담합과 독과점을 막기 위해 은행이 한 보험사 상품을 25% 초과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소위 ‘25% 룰’이라고 부른다.

개혁회의에서는 기존 25%였던 규제 비율을 생명보험은 33%, 손해보험은 시장 참여 보험사 수에 따라 50%(4개사 이상)~75%(4개사 미만)로 완화하기로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금융지주회사가 핀테크 기업에 투자할 때 지분 소유 제한이 기존 5%에서 15%로 확대되기도 했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금융지주 지원을 받고자 하는 핀테크 업체와 적정 규모 투자로 협업을 원하는 금융지주 간 다양한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다만 금융당국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터라 실제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 후보들이 AI강국 도약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사들이 앞장서서 핀테크 및 AI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업은 가뜩이나 규제 산업이다보니 혁신기술을 도입해 적용하는 데에 제약이 많은 업권“이라며, ”최소한 기술 분야에서 샌드박스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으로 은행들이 고객 경험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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