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해운대 초고층 복합개발 사업 ‘엘시티’다. 포스코이앤씨는 이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시행과 기획·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대한민국 관광 랜드마크’를 표방했던 엘시티는 호텔, 워터파크, 쇼핑몰 등 관광 복합시설을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엘시티의 핵심 관광시설인 워터파크와 테마파크 등은 완공 후에도 법적 분쟁과 자금 문제로 운영이 지연됐고,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상업시설 ‘엘시티 더몰’의 상당 부분이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상가는 평당 수억 원대에 분양됐지만 운영 전략 부재와 콘텐츠 결핍으로 유령상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 입장에서는 완공 후 이러한 운영 부진에 대해 책임이나 권한이 전혀 없다 보니 실제 사업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시공 실적’만을 남긴 셈이다.
포스코이앤씨가 강조하는 다른 사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여의도의 초대형 복합시설 파크원(63층·Fetch Tower 등)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참여해 2021년 완공했지만, 초기 기획은 시행사(서울교통공사 컨소시엄) 주도로 이뤄졌고 운영은 임차인(더현대 서울 등) 몫으로 진행되고 있다.
송도 국제업무지구 개발 역시 포스코이앤씨가 미국 개발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며 시행 대행 역할을 한 사례지만, 이 또한 공동 개발 파트너십 형태로 전략 기획 전담은 외부와 공유한 것이었다.
포스코이앤씨의 주력 강점은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관리하기보다, 외부에서 구상한 거대한 설계를 차질 없이 시공하는 능력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는 하드웨어인 초고층 구조물을 짓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디벨로퍼(Developer)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는 단순히 건물을 지었을 뿐, 콘텐츠 설계나 사후 활성화 전략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공 후 결과를 책임지지 않았다”며 “빵을 구워본 것과 베이커리 브랜드를 운영해본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인데, 지금 포스코이앤씨는 그 둘을 같은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종합 디벨로퍼로서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사업 기획부터 설계, 시공, 준공 이후 시설 운영과 관리까지 직접 수행한 경험들을 강조한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지역 개발의 산증인이라 할 만하다. 과거 철도 차량기지가 있던 용산역 일대를 민간주도로 개발한 주체다. 2004년부터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을 주도해 2005년 복합쇼핑몰 ‘아이파크몰(I’Park Mall)’을 완공했고, 이 건물에 현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축적해온 종합 개발 경험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산에서는 세계적 건축가 리베스킨트의 디자인을 도입한 72층 복합단지 해운대 아이파크를 2011년에 준공, 주거타워와 첨단 오피스빌딩, 대형 상업시설을 한데 모은 신개념 레지던스&레저 콤플렉스를 선보인 바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100만㎡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를 친환경 복합신도시로 개발하는 수원 아이파크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민간 주도로 도시계획부터 주거·상업·공원 조성까지 총괄한 사례를 만들었다.
서울시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에서 진행된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약 51만㎡ 규모의 부지에 상업, 주거, 문화시설 등이 결합된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광운대역 일대를 혁신적인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거 환경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다. 이를 통해 교통과 상업적 중심지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성공적인 통합 개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수의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기획부터 시공, 운영까지 주도한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 용산정비창 1구역과 인접한 철도병원 부지 개발도 현재 진행 중이며, 용산역 전면부 지하공간 복합개발의 실질적 권한까지 확보하고 있어 용산 일대의 통합 개발 구도를 완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업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은 과거 용산역 개발과 운영 경험을 통해 용산이라는 도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번 수주전은 단순히 시공실적 숫자가 아니라, 도시를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해본 경험의 유무가 결정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교수는 이어 “용산정비창은 눈앞의 건물이 아닌 살아 숨쉬는 도시공간으로 완성돼야 하며, 이를 구현할 파트너가 누구인지를 두고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단순한 아파트 공급사업이 아니라, 용산역 인근 7만1900㎡ 부지에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 아파트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업무시설 등 조성을 통해 서울 도심의 마지막 중심축을 완성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조합원은 물론,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미래 도시를 살아갈 시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진정한 ‘디벨로퍼’가 필요한 이유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