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신한은행장이 7월 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신한은행
이미지 확대보기신한은행은 금융감독원에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책무구조도를 준비해왔다. 올해 초 공포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하위 규정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등 정교화 과정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금융권에서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건 지난 7월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책임자를 사전 기재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대표이사에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기존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의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내년 1월 2일까지, 금융투자업자(증권사)와 보험사는 자산 규모 등에 따라 늦어도 2026년 7월 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위해 오는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시범 운영기간(올해 11월~내년 1월 초)에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책무구조도 선제 도입은 조직문화 차원의 내부통제를 정착을 강조하고 있는 진옥동닫기진옥동광고보고 기사보기 신한금융 회장과 정상혁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신한금융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을 준비할 당시부터 선제적으로 컨설팅사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 도입을 빠르게 준비해왔다. 은행, 카드, 증권, 라이프 등 주요 4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책무구조도를 작성했다.
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줄곧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는 그룹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 중심 일류(一流) 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제시하고 “신한금융 임직원 모두가 ‘업(業)의 윤리’를 바로 세워 그룹의 최우선 전략과제인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밝혔다.
진 회장은 특히 “일류신한을 위해 스캔들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며 “잠깐의 실수와 방심에도 어렵게 쌓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에 모든 임직원이 업의 윤리를 바로 세우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일 창립 23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그동안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의식이 그룹 내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템적인 보완과 함께 중요한 것은 임직원들 스스로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식인 ‘시민성’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행장도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본에 더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의 신뢰”라며 “내부통제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고 거래하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직원들이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행장은 또 최근 임직원들에게 “올바른 마음가짐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규정을 빈틈없이 준수하고 주변을 세심하게 점검하는 내부통제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해주길 바란다”며 임직원 모두가 내부통제를 스스로 체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신한은행은 각 임원의 책무를 규정하는 책무구조도 외에도 본점 및 영업점 부서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책무구조도 점검시스템’도 도입해 임직원들의 점검 활동과 개선 조치들이 시스템 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 이하 모든 임직원들이 ‘내부통제 실천약속’을 작성하고 이행을 다짐하는 선언식도 개최해 임직원 모두가 철저한 내부통제를 위한 각오를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상징후 탐지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상시감시, 자금세탁방지 등의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하며 내부통제의 디지털화도 추진하고 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