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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CEO는 ‘닥공'을 가리킨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9-02 00:00 최종수정 : 2024-09-02 11:37

최근 교체 CEO, 수비형보다 공격형 많아
기업들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적극적 투자
글로벌 진출·미래 대응 K-기업 늘어난다

▲ 최용성 산업총괄국장

▲ 최용성 산업총괄국장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가령, 매출이 오른 후에 사람을 더 채용해야 할지, 아니면 사람을 더 많이 뽑아 매출을 올리는 게 나을지 결정하는 일 같은 거다. 이왕 하는 직장 생활, 사장님 소리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사람들에겐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타고난 CEO들은 단박에 정답을 맞힌다.

그래서 유능한 CEO가 있는 게 중요하다. 복잡하고 다양한 경영 사안을 공부하거나 시행착오를 거쳐 체득하는 것보다 원초적으로 탁월한 판단을 하는 CEO가 (모든 경우는 아니겠지만) 회사를 더 성장시킨다. 기업 경영 현장에서도 살리에르의 비극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는 9일 스타벅스 CEO로 정식 취임하는 브라이언 니콜이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유명한 멕시칸 요리 프랜차이즈 치폴레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긴다. 이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 스타벅스 주가는 무려 24% 이상 폭등했다. CEO 교체 뉴스에 스타벅스 시가총액이 하루 사이 214억 달러나 급증한 것이다. 반면 치폴레는 장중 14% 가까이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적을 보여 준 것도 아니고 단지 교체 소식만으로 이런 엄청난 금액이 거래됐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유능한 CEO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보여준 사례다. 개인적으로 ‘브라이언 니콜 효과’가 스타벅스에서 제대로 발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려 8500만 달러(약 1160억원)나 되는 어마어마한 보상까지 받은 그가 스타벅스로 옮긴 후 실적이 더 악화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친다고 생각해보라. ‘CEO 한 사람이 모든 걸 바꾸지 못하는 대표 사례’가 되면 이 글이 너무 무의미해지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물론 이건 정말로 사소한 이유이고, 두말할 필요 없이 CEO는 무척 중요한 자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쓴 ‘세계 최고의 CEO는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에 따르면 기업 CEO 자리는 모든 비즈니스 역할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자리다. 몇 십억, 심지어 몇 조가 결정되기도 한다. 돈도 돈이지만, 수백, 수만 명 직원들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제이미 다이먼(JP모건체이스), 순다르 피차이(알파벳),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 CEO들만 중요한 게 아니다. 단돈 몇 백 만원 혹은 직원 몇 명 운명을 결정하는 국내 어느 이름 모를 중소기업 CEO라도 중요하기가 결코 덜 하지 않다.

당연히 그들의 운명도 간단치 않다. 포춘500대 기업 CEO 30%는 3년을 넘기지 못한다. 신임 CEO 5명 중 2명이 18개월 이내 실패라는 쓴 맛을 본다. 불황 심화로 사시사철 언제든 실적에 따라 CEO를 바꿔버리는 ‘수시 인사’가 횡행하는 요즘엔 이런 데이터들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올해도 경기는 나쁘다. 단군 이래 ‘최악’ 아닌 때가 없었다지만 코로나 이후 고금리, 공급망 붕괴로 인한 불황 여파가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내린 2.4%로 조정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체불 기업들이 늘고 있고 유통업계에선 ‘희망퇴직’이 줄을 잇는다.

불황 시기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게 된다. 무리한 투자로 리스크를 자초하기보다 조직과 비용을 효율화하며 때를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다. 당연히 CEO는 투자 확장에 나서는 공격형보다 숫자에 밝은 재무통이 중용된다.

한국금융신문은 실제 국내 기업들 CEO가 어떤 성향인지 살펴봤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금융기업을 제외한 74개 기업 CEO 교체 여부를 조사했다. CEO를 공격형, 수비형으로 구분하되 오너가 CEO인 경우는 따로 오너형으로 분류했다.

대상 기업 중 67곳 CEO가 최근 4년 내 바뀌었는데 대부분 전임자와 비슷한 타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격형과 수비형이 엇갈린 경우는 14곳이었다. 수비형에서 공격형으로 교체된 기업이 8곳, 반대로 공격형이었다가 수비형으로 바뀐 곳이 6곳이었다. 주관적 조사이긴 했지만 불황기 CEO를 교체하면서 수비형 대신 공격형을 선택한 기업이 더 많다는 결과가 놀라웠다.

실제 우리 기업들 CEO 배치가 이런 트렌드인지 여부는 조금 더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을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 부채총액은 3704조967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293조1889억원 대비 411조7783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 증가로 재무건전성이 그만큼 더 나빠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30대 그룹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보니 올 상반기 168조9446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113조5850억원)보다 55조3595억원 더 많았다.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에 쏟은 것이다. 이는 전년 상반기 2배 규모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킨지 컨설팅은 CEO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방향 설정’이라고 했다. 리더십, 소통, 관리 등 다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엉뚱한 곳으로 회사를 이끌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바뀌는 CEO들과 기업들 투자 패턴에서 한국 기업들은 불황기를 맞아 비용절감 대신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CEO를 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하게 글로벌로 진출하고, 단기 성과보다 미래 산업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거기 있을 것이다. 수비 대신 공격이라는 방향 설정이 맞다고 보는 이유다.

최용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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