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이사가 하반기 위기 극복 및 업계 1위 수성을 위해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불황이 연초부터 이어지는 가운데 오랜시간 쌓아온 차별화된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SBI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1763억원) 대비 94.0% 감소했다. 이자수익이 증가하며 수익이 성장했지만 이자비용과 기타비용이 큰폭으로 늘어나며 당기순이익이 하락했다.
순익이 하락하며 수익성 지표도 함께 떨어졌다. 상반기 ROA는 1.01%, ROE는 9.10%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50p%, 13.15%p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도 부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43p% 늘어난 4.69%를 나타냈으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0.01%p 줄어든 13.79%를 기록했다. 연체 대출 비율은 같은 기간 2.74%p 증가한 4.10%를 나타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상반기 누적 총자산은 대출채권 자산 축소 영향으로 전년 동기(15조 7117억원) 대비 0.8% 감소한 15조 5743억원을 나타내며 2위 업체인 OK저축은행과의 총자산 격차가 1조 이하로 줄어들었다. 양사의 격차가 1조원 이내로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판매된 고금리 예금상품 때문에 이자비용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발생하는데 법정상한금리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게 되면서 비용은 늘고 수익은 줄어든 상황”이라며 “SBI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업계 모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분기에는 9년만에 적자 전환으로 금융권을 놀라게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총여신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5.33%로 전년말 대비 1.92%p 상승했으며 NPL비율도 5.61%로 같은 기간 2.27%p 올랐다.
힘든 상반기를 보냈지만 문제는 하반기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으로 분석되고 있고,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오르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대출 공급이 감소했으며, 올 들어서도 조달비용 증가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 감안 시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와 더불어 부동산금융 부실 증가,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내외 불안 요소가 산적한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김 대표의 선택은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강화다.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악화를 ‘방어’할뿐만 아니라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심사 역량을 강화해 우량차주를 지속 발굴하면서 수익성 ‘회복’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4분기에 판매했던 고금리 예금 상품은 이례가 없는 케이스였다”며 “최근 십수년 동안 그렇게 이례적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금리 상품이 다수 판매되면서 저축은행들은 올해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그 결과 수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6%대 고금리 상품을 판매한 SBI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분기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63억으로 올해 동기(68억원)과 비교했을 때 800억원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이자 비용은 지난해 2분기 730억원에서 올해 1508억원으로 딱 800억원 가량 늘었다. 이자비용이 순익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신 평균 금리 하락 및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저희가 갖고 있는 수신 잔고에 대한 금리를 조금씩이라도 계속 낮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초부터 판관비, 마케팅 비용등 회사에서 줄일 수 있는 비용들을 다 찾아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최대 6%에 달했던 SBI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올해 평균 4% 수준으로 하락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수수료비용과 판매관리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7%, 29.0% 줄어들며 수익성 악화 가속을 막았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를 대표하는 경쟁력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실제 SBI저축은행은 이사회에 속한 위험관리위원회에서 산하 2개 조직을 직접 운영하며 각종 리스크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위험관리위원회 산하 2개 조직인 위험관리소위원회와 ALM위원회는 각종 리스크에 대한 실무 의사결정기구로 사업지원, 정보시스템, 재무관리 등 각 부서 부서장들이 모여 신용, 시장, 유동성, 금리 리스크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위원회를 제외하고 리스크관리 관련 부서만 12개 이상에 달하는 SBI저축은행은 오랜 시간 축적한 중·저신용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경험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핀테크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바탕으로 심사 역량을 강화해 중금리 대출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는데 김 대표는 이러한 기업 성격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중금리 시장에 진출한 SBI저축은행은 최저 5.9%를 제공하는 ‘SBI U 스마일론’을 출시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듬해인 2015년 선보인 중금리 상품 사이다가 출시 이후 폭발적인 실적을 보이며, 국내 대표 중금리 상품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SBI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5조원에 가까운 독보적인 실적을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이와 같은 리스크 관리 능력과 중금리 시장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업계 불황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심사 시스템부터 채권 관리 노하우 등 SBI저축은행은 리스크에 대한 압도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금리 시장 등을 확대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