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태세로 사세를 확장시켜 온 정길호닫기정길호기사 모아보기 OK저축은행 대표가 하반기 업계 불황 속에서 ‘안정’에 입중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순익에 이어 자산 규모에서도 업계 1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더욱 단단하게 도약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528억원, 2분기 -434억원으로 상반기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8956억원) 대비 9918억원 감소한 것으로 무려 1조원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당기순이익 감소 이유에 대해 “예대금리차 축소 등으로 이자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자이익이 대폭 감소한 건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차이)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상반기 6.19%에서 하반기 6.01%, 올해 상반기 4.72%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에 판매한 정기예금의 여파가 올해 이자 부담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들이 수신 방어를 하기 위해 판매했던 고금리 예금 상품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수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수익과 대출채권관련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수익 규모를 키웠으나 이자비용과 상각비, 충당금 등이 큰폭으로 늘어나며 당기순이익 감소를 이끌었다.
힘든 상반기를 보냈지만 문제는 하반기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으로 분석되고 있고,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비수도권 중심 부동산 시장 상황도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오르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고금리로 판매했던 예·적금 상품 만기가 임박한 것도 불안 요소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대출 공급이 감소했으며, 올 들어서도 조달비용 증가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4분기 만기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 감안 시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와 더불어 부동산금융 부실 증가,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정 대표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2014년 OK저축은행 출범과 동시에 합류해, 2016년부터 현재까지 8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그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빠르게 외형과 수익을 성장시켰다.
2016년 말 3조 5500억원이었던 총자산은 매년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며 2021년 10조원의 벽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말 13조 9993억원을 기록하며 14조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정 대표 취임 후 4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순익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6년 92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은 정 대표 취임 바로 다음해인 2017년 7배 가까이 증가한 780억원을 나타내더니 2021년 24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세웠다.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업계 1위로 올라섰으며 총자산도 1위 업체인 SBI저축은행과 격차를 1조원 내로 줄이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OK저축은행이 업계 총자산 1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NPL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3p% 줄어든 6.97%,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전년 동기(10.57%) 대비 1.29%p 증가한 11.86%를 기록했으며 소액신용대출 연체비율은 같은 기간 3.41p% 감소한 3.67%를 나타내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올 2분기 부동산PF 연체율은 8.35%로 전년 동기 대비 4.7%p 상승했다. 저축은행 상위 5개사의 부동산 PF 평균 연체율 3.96%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상위 5개사 중 가장 높다.
OK저축은행의 부동산PF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9.48%로 전년 동기 대비 5.27%p 상승했으며 요주의여신(1∼3개월 연체)비율은 46.29%에서 66.77%로 20.48%p나 올랐다.
이는 부동산 시장 환경 악화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동산 PF 사업 환경은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정 대표는 리스크 모니터링과 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 자율협약을 통해 위험도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금리 인상 등 최근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와 연체율 추이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더불어 올해 하반기에도 저축은행 부동산PF 대출 자율협약에 적극 참여해 부동산 PF 대출 위험을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PF 연체율 외에도 스트레스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며 부실채권을 상·매각하고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해 건전성 지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OK저축은행은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업계 최상위 규모 자본력’과 ‘넓은 인프라’를 꼽았다.
실제로 OK저축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당사의 총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1조380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손실흡수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는데 있어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OK저축은행은 다년간 쌓아온 업무 역량을 기반으로 지난 6월 말 거래자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등 리테일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정 대표 취임 이후 기업금융으로 포트폴리오를 적극 확대한 덕분에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넓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2016년 말 OK저축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3.8%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43.10%까지 규모를 낮췄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과 다년간 쌓아온 업무 역량을 기반으로 리테일과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넓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정책의 효율적 이행을 위한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등 질적 성장을 위한 경영 내실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지속 발굴하여 안전자산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