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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구광모 ‘재계 톱3 로봇 전쟁’

곽호룡 기자

horr@

정은경 기자

ek7869@

기사입력 : 2023-04-17 00:00

삼성·현대차·LG 등 로봇기업 잇단 M&A
제조혁신·시너지 효과…수익성 실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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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구광모 ‘재계 톱3 로봇 전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정은경 기자]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20년 11월 경영진들과 전략회의를 열고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주문했다. 고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본격적인 자기 행보의 시작이었다. 4개월 후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화 테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 회장은 올해 로봇 기술 벤처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하며, 로봇 사업 추진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정 회장은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 ‘비전60’과 테슬라가 출품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테슬라봇)’ 모형에 발길을 멈췄다. 두 기업은 2020년 정 회장이 개인 돈까지 얹어가며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라이벌’이다.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직후 로봇·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그해 로봇기업 로보스타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그해 LG전자가 출시한 안내로봇 ‘클로이’는 매장·호텔·학교 등 곳곳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3대 그룹 수장이 미래 산업으로 로봇을 꼽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들이다.

“로봇 기업을 사라”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3%를 589억원에 인수했다. 그로부터 두 달 만에 278억원에 4.77%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14.99%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입에서 눈에 띈 건 바로 지분율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는 것이다.

만일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최대 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지난달 주총에서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협력을 본격화했다.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열린 비스포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합병에 대한 질문에 “워낙 보안 사항이지만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며 “저희 목표지만, 상대방 입장도 있기 때문에 잘 맞춰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 초 “주식만 취득한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구체화한 표현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4억2400만달러(약 56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보스턴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드(연구소)’를 설립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이 1조원을 투입해 소프트뱅크로부터 사들였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사업 중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될 것”이라고 제시한 뒤 이뤄진 ‘빅딜’이다. 당시 투자엔 현대차가 지분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와 함께 정 회장도 사재를 털어 20%를 차지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개 ‘스팟’은 이달초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설명을 듣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을 직접 안내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LG전자는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SG로보틱스(현 엔젤로보틱스)’에 3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는 로봇 AI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등에 활발하게 투자해왔다.

또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 지분 30%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 외에도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에 300만달러(약 39억7000만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로봇 전문가로 유명한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를 자문역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로봇사업담당 산하 해외 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해 해외 공급에도 집중하고 있다.

제조혁신 이끄는 ‘첨병’
3대 그룹이 로봇 사업 육성에 힘을 쏟는 이유는 당장 제조현장 효율화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인력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육체노동 업무를 대체해 노동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전세계적인 저출산 기조와 공정 첨단화라는 업계 트렌드를 비춰볼 때 피할 수 없는 길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보유한 기술력을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주력 계열사들 설비 자동화에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은 착용로봇 ‘벡스(VEX)’를 자체개발하고 2019년 현대차·기아 완성차 공장에 투입했다. 벡스는 구명조끼처럼 입는 외골격 착용로봇이다. 성인이 착용하면 3kg 공구를 들었을 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지을 전기차 공장에 스마트공장화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신공장은 산업용 로봇 등 국산 지능형 로봇을 설치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지능형 자율공장 창원LG스마트파크와 미국 테네시 공장에 AI와 빅데이터, IoT 등 첨단 기술과 함께 로봇을 도입해 공정을 자동화했다.

지난해 창원 LG스마트파크는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미국 테네시 공장도 올 초 이름을 올렸다. 등대공장은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뜻한다.

일상을 파고드는 로봇
로봇에 투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로봇사업팀(로봇 사업화TF)은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속으로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 집안일을 돕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 ‘로봇 삼성봇 랜디’ 등을 내놓았다. 향후에는 서빙·고객응대 로봇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로봇 분야에는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공개했다. 운전자가 차량을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하고 내리면, 로봇팔이 차량 충전구를 찾아 자동으로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윤병호 현대차 서비스로보틱스틱 팀장은 “사람 마음을 가진 기술을 개발하자고 생각한다”며 “충전로봇은 충전케이블은 고전류를 사용할 수록 두껍고 무거워져 고객이 직접 하기 불편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로봇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개발도 목표로 한다. CES2019에서 선보인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가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일반적인 우주탐사 차량처럼 보이지만, 가동하면 웅크린 메뚜기가 일어서듯 바퀴 달린 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콘셉트다. 계단을 오르거나 흐르는 물을 건널 수 있어 재난현장 등에 투입할 수 있다는 미래형 모빌리티다.

LG전자는 서비스 로봇 브랜드 클로이를 호텔, 식당, 병원, 물류센터 등 다양한 사업장에 공급하고 있다. 오는 19일에는 3세대 서빙로봇 ‘LG 클로이 서브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사업목적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는 로봇 사업과 5G 특화망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업장에 5G 특화망을 구축해 모든 사물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IoT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온 수익 실현
관건은 로봇 사업이 언제부터 수익성에 기여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당장 수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더라도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투자사로 설립된 HMG글로벌은 작년 640억원 규모 순손실을 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설립부터 30년 연속 적자를 낸 셈이다.

다만 직전해 손실이 1970억원 수준에서 세자릿수로 줄어 흑자전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로봇 사업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 미미하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 자체 로봇 사업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LG전자의 연매출이 80조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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