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게임에 대한 친밀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우리들이 스스럼 없이 쓰고 받아들이는 외국어가 있습니다. ‘리마스터’, ‘리메이크’, ‘리부팅’ 등과 같은 단어입니다. 1990년대를 주름 잡았던 X세대를 거쳐 2000년대 N세대,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까지 세대를 넘어 해당 단어들을 범용적으로 사용합니다.
게임업계만 봐도 해당 단어들은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이하 세가)에서 발매일이 확정된 ‘페르소나’ 시리즈도 리마스터라는 단어를 포함했습니다. 지난주 세가는 “내년 1월 19일 페르소나3 포터블, 페르소나4 더 골든의 리마스터 타이틀을 발매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리마스터라는 단어 뜻을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해당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뜻의 유사성 때문에 혼돈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정확한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리마스터의 우리말 표현은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문제점 또는 기술 발전에 따라 보완해 제품을 선보이는 거죠. 즉,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출시된 지 10년 가까이 지난 작품의 경우 기술 발전에 따라 화질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개선한 작품이 나온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출시 취지와 게임 이야기 전개 방식에는 변화 없이 현재 발전된 화질로 개선하는 것이 리마스터, 즉 개선작 특징입니다. 이를 토대로 세가 발표를 해석하면 ‘페르소나3 개선작’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는 ‘재구성’입니다. 기존 제품의 출시 취지는 같지만 세부적인 이야기 전개 등 일부 구성을 변경해 선보이는 거죠. 리메이크는 게임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영화 등 문화계를 넘어 유통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세가가 내년 2월에 출시하는 ‘용과 같이 유신 극’은 리메이크 또는 재구성작입니다. 2014년 출시된 이 게임은 과거와 달리 ‘언리얼엔진4’라는 게임 엔진을 활용해 2014년 발매작의 아쉬움을 많이 상쇄시키고 현재 이용자들 요구 수준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추억을 내세운 ‘리마스터’ 또는 ‘리메이크’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난 시절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신선함을 가져오는 작품들을 표현할 때 ‘개선’과 ‘재구성’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싶네요.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