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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하이엔드 브랜드’, 원자재값 상승에 부메랑 위기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6-27 00:00

서울 떠나 지방·리모델링까지 고급화 바람
과열 경쟁에 “수주가 리스크” 자성 목소리

▲ 지난 5월 현대건설이 ‘과천8, 9단지 재건축사업’에 제안한 ‘디에이치 르블리스’ 단지투시도. 사진제공 = 현대건설

▲ 지난 5월 현대건설이 ‘과천8, 9단지 재건축사업’에 제안한 ‘디에이치 르블리스’ 단지투시도. 사진제공 = 현대건설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열해진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이 업계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금리인상 등 시중유동성을 환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데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값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즉 고급형 브랜드 경쟁이 지방이나 리모델링 단지까지 번지면서, 이제는 ‘수주를 해도 리스크’라는 위기의식과 자성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DL이앤씨의 ‘아크로’·롯데건설의 ‘르엘’ 등은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다. 이들은 기존에 각 사가 가지고 있던 아파트 브랜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랜드마크 전략을 토대로 만들어진 ‘최고급 아파트’를 표방한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는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는 기본이고, 마감재나 자재 하나를 고를 때도 훨씬 많은 공사비와 노력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던 단지는 주로 상징성이 높은 서울 강남권의 초고가 단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주택시장을 살펴보면 하이엔드 브랜드의 ‘탈 강남’ 물결이 거세진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지난달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에 과천 최초로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하고, 단지명을 ‘디에이치 르블리스’로 제안했다.

물론 해당 사업장은 과천3기 재건축 중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는 데다, 공사 규모만 212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과천은 ‘준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장소기도 하다. 이후에도 현대건설은 대전과 광주 등에서도 ‘디에이치’ 적용을 약속하며 하이엔드 브랜드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DL이앤씨는 부산 우동1구역 재건축사업에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일부 사업장에서 자신들의 아파트에도 ‘아크로’를 적용해달라는 무리한 요구가 발생하면서, DL이앤씨는 지난해에만 광주 서구·신당8구역을 비롯한 수건의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겪어야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급격하게 성장한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이촌 ‘현대맨션’에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같은해 현대건설 역시 서초구에서 수주한 ‘잠원동아 아파트’ 리모델링에 ‘디에이치’를 적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짙어 시중유동성이 풍부하고, 원자재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지난해까지는 이런 움직임도 괜찮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원자재값과 원유가격의 급등 속에서 건설사들의 ‘공사비 리스크’는 대다수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올해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국내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대비 하락했다. 특히 대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의 영업익 하락폭은 모두 두 자릿수에 달했다.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워낙에 경쟁이 치열했다보니 하이엔드의 가치 자체가 너무 흔해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었다”며, “이제는 그 하이엔드 열풍이 지역 조합들의 눈을 높여버리는 바람에 어지간해서는 수주가 어려운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와 고급 아파트가 차이가 없어보여도 마감재 하나 고르는 데에 수십에서 수백 만 원 정도 공사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며, “러시아 쪽 전쟁이 빨리 마무리돼 자잿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오히려 ‘수주해봤자 손해’라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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