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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뷰티ʼ LG생건 이선주 “키엘 신화 다시 쓴다” [2026 새 판의 설계자들 ④]

박슬기 기자

seulgi@

기사입력 : 2026-02-23 05:00 최종수정 : 2026-02-23 08:21

올해 경영목표 ‘과학 기반 뷰티·건강기업ʼ
디지털·커머스 H&B 스토어 전략적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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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유통가(街) 경영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3고(高)’ 기조 속에서 불확실성은 일상이 됐고,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및 체질 개선이 더 절실해졌다.

이런 가운데 주요 유통기업에선 새로 키를 잡은 신임 CEO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조직 관리자가 아니라 실적 반등과 구조 개편이라는 중책을 동시에 떠안은 ‘새 판의 설계자’들이다. 이에 기업 경영의 최전선에 선 신임 CEO들이 현재 처한 상황과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통해 각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판을 짜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흔들리는 뷰티ʼ LG생건 이선주 “키엘 신화 다시 쓴다” [2026 새 판의 설계자들 ④]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 된 시대입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꺼낸 메시지다.

K-뷰티 대표 기업으로 불리던 LG생활건강이 최근 뷰티 사업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뷰티 부문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LG그룹은 이례적으로 조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고, 외부 출신인 이선주 대표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이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와 급변하는 K-뷰티 트렌드에 대한 대응력 약화가 겹치면서, 뷰티 부문의 부진이 단순한 실적 둔화를 넘어 성장동력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위기의 뷰티…성장동력 부재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3555억 원, 영업이익 1707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6.7%, 62.8%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858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만 봐도 매출액이 1조4728억 원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8.5% 줄었다. 더욱이 영업이익은 -72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LG생활건강의 위기는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2024년부터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조성됐다. 2024년 3분기 영업이익 1061억 원(전년比 17.4%↓)으로 하락세를 보이더니 4분기엔 434억 원(20.7%↓)에 그쳤고, 2025년 들어서도 1분기 1424억 원(5.7%↓), 2분기 548억 원(65.4%↓), 3분기 462억 원(56.5%↓)로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다 4분기에는 적자 전환하며 영업손실 727억 원에 이른다.

한동안 실적을 떠받치던 뷰티 사업이 부진한 탓에 전체 실적이 크게 흔들렸다.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은 지난해 2분기, 20년 만에 적자 전환한 이후 4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특히 악화된 건 강도 높은 유통채널 재정비와 희망퇴직 등 인력효율화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탓도 있다. 하지만 뷰티 사업분야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K-뷰티 트렌드와 해외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영향이 더 컸다.
이 때문에 단순한 일회성 요인보다는 실질적인 성장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가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리밸런싱)’를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새롭게 선임된 이선주 대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경쟁력에도 물음표를 던진다. ‘더 후’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브랜드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때 럭셔리 한방 화장품으로 중국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했던 더 후 역시 면세 채널과 중국 소비 둔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세가 꺾였다.

이를 대체할 차세대 히트 브랜드가 부재하다는 점이 현재 LG생활건강의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즉, 관건은 ‘더 후 이후’를 무엇으로 채우느냐다. 빠르게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K-뷰티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와 트렌드 대응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는 데 있다.

‘키엘 신화’ 이선주…새 성장 공식 통할까

이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뷰티 업계에서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서 오랜 기간 몸담으며 브랜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경험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레알의 키엘을 국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핵심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인정받는다.

이후 메디힐의 미국시장 진출을 이끌며 글로벌 확장 경험도 쌓았다. K-뷰티 브랜드가 현지 유통채널에 안착하고, 북미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과정에서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유통 전략을 병행했다는 평가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점이 LG생활건강 내부에선 기대 요소로 꼽힌다.

이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로 ‘Science Driven Beauty & Wellness Company(과학에 기반한 뷰티·건강 기업)’를 제시했다. 단순한 트렌드 대응을 넘어 연구개발(R&D)과 기능성 중심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이다.

화장품을 넘어 건강기능식품과 웰니스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올해엔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다만 과제는 만만치 않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럭셔리·더마·MZ 타깃 브랜드 등 세부 시장에서 확실한 히트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동시에 비용 효율화와 브랜드 재정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학 기반 혁신이라는 방향성이 실제 매출과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디지털 커머스와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북미, 일본 등 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성장 채널과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고도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한때 더 후를 앞세워 높은 수익성을 증명했던 회사”라며 “지금은 브랜드 파워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히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느냐 그리고 중국 의존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낮추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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