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부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다”며 코로나19로 국내 유통산업 환경이 재편되는 올해를 최상의 기회로 봤다. 실제 그는 올 한해 과감한 행보를 보이며 신세계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굵직한 M&A(인수·합병)에 연이어 성공했다. 인수 비용만 약 4조 3000억 원. 신세계그룹 총 매출액인 29조 3910억 원의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시작은 야구단 인수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SK텔레콤과 야구단 SK와이번스 지분 100% 및 훈련장 등을 1352억 원에 인수했다. 6월에는 올해 유통업계 최대 이슈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 승자가 됐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 4400억 원에 인수하며 단번에 국내 이커머스 2위 업체로 등극했다.
그는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7월에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 원에 인수했다.
이 외에도 6성급 호텔 조선팰리스 개관,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 지분 교환, 화성 테마파크 부지 매입 등 말그대로 전방위적 행보를 지속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으로 본다. 신세계에서 먹고 사는 것은 물론 놀고, 자고, 보는 모든 생활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12월 마지막 주 기준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2만 명에 달한다.
국내 기업인 중 압도적 1위다. 재벌 총수의 선입견을 깨는 정 부회장의 톡톡 튀는 행동과 대중과의 소통의 결과다.
하지만 간혹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불필요하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오해를 사서 여론이 나빠지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6월 인스타그램에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며 신중하게 게시글을 작성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만큼 잡음이 나오지만 대외 이미지를 비롯해 정 부회장 사업은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 6조 3119억원을 나타내며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올초 그는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그 주문은 이루어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 신세계, 이마트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내년에도 그는 유쾌하고 도발적인 몸짓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정 부회장의 새로운 목표가 궁금하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