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중 처음으로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한 KB국민은행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지난 2020년부터 가상자산 관련 기반 마련에 힘 써 왔고, 이환주닫기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5대 시중은행 최초로 'KBPAYKRW', 'BKRW', 'KRWH', 'KRWB', 'KRWKBPAY' 등 17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했고,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의 스테이블코인 분과에 참여해왔지만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상표권을 출원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빨리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덕분이다.
국내에서 아직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2020년, 국민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지분 투자를 통해 합작 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 코다)'을 세웠다.
현재 국민은행은 보통주와 제 1종 전환우선주를 합쳐 코다의 지분 총 17.5%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은 법인 고객이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해킹 등 보안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예치에 더해 투자를 통한 운용까지 지원할 수 있어 가상자산 생태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주체 중 하나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재무 목적의 법인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이 시범 허용됐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커스터디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는 있지만 매매된 코인을 수탁하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기에, 은행도 커스터디 사업을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를 해야한다.
중요 쟁점이던 세금 문제에 대한 신뢰도와 투명성도 일찍이 확보했다. 2023년 8월 가상자산 세금 서비스 플랫폼 '크립토택스'와 함께 '가상자산 세금처리 업무 전반에 관한 협약'을 맺으면서다.
지난해 5월에는 시리스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성과 잠재력을 입증했고, 토큰스퀘어와 민간형 원화 기반 지급수단, 이른바 ‘디지털 피아트 토큰(Didital Fiat Token)’ 사업 추진 MOU를 맺어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대표 / 사진제공 = 한국디지털에셋
현재 코다의 CEO는 국민은행에 28년을 몸 담았던 조진석 대표이사로, 조 대표는 국민은행 정보보호부장, IT기술혁신센터장 등을 역임한 IT전문가다.
초대 CEO는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가 맡았었지만, 지난 2023년 조 대표를 선임하며 국민은행과의 시너지를 강화했다.
긴밀하게 연결된 전략과 시스템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수탁, 운용까지 가능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가상자산의 발행과 수탁·운용에 더해 유통 시장에까지 발을 들이면서, 국민은행은 국내 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빗썸과의 제휴 이후 국민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은 전월보다 3조 7000억원 늘었고, 1분기 전체로는 전 분기 대비 5조원 이상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가상자산 유통 시장에서 갖게된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국민은행은 현재 DT추진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계획, 진행하고 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이 비은행 부문과의 시너지·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에서 열릴 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굳힐 것으로 분석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타 은행에 비해 일찍부터 가상자산 관련 사업 확장과 기술 내재화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법제화 되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