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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이호승과 그밖의 인물들 (상)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4-06 14:28 최종수정 : 2021-04-0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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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9년 국감장의 송언석 의원과 이호승 경제수석...출처: 일요서울TV

사진: 19년 국감장의 송언석 의원과 이호승 경제수석...출처: 일요서울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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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2019년 11월 1일 국정감사>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내년 성장률을 정부가 얼마 정도 전망하고 있나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본 다음에 내년 전망을...

송언석: 예산안 기준으로 몇 %로 돼 있죠?

이호승: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2.6%인가...5년 중기계획에 그렇게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송언석: 아니, 정부에서 예산안 심사하기 위해 국회에 보내놨잖아요. 성장률 전망이 있어야지, 내년도 세입이 나오고 예산안이 나오는 것 아니에요?

이호승: (뒤를 돌아본다)

송언석: 이호승 수석, 왜 그러세요? 내년도 성장률 전망 예산안 기준으로 얼마입니까?

이호승: 2.6%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경상성장률 얼마입니까?

이호승: (뒤를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묻는다) 3.8?

송언석: 일단 국감장에서 3.8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2.6과 3.8이란 숫자의 베이스가 되는 금년도 성장률 전망은 몇%입니까? 베이스가 있어야지 내년도 성장 전망이 나올 것 아니에요?

이호승: (답변을 하지 못하고 하늘을 쳐다본다. 시간이 흐른 뒤...) 자료를 좀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송언석: ('어이구, 참'하고 한숨을 쉰다) (질의)시간 좀 중단시켜 주세요. (헛웃음) 아니, 간단하고 기초적인 건데 왜 답변을 안 하세요?

이호승: (직원에게 묻는다) 2.7%? (직원과 얘기를 나눈다)

송언석: 아이참, 답답하네 (송 의원의 인내심이 한계치에 도달해 간다)

이호승: 경상기준으로 올해 3.0, 내년 3.8...

송언석: 금년 베이스가 되는 실질성장률은 몇 %로 보고 있습니까?

이호승: (답변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송언석: (참지 못하고 결국 폭발한다) 경제수석의 수준이 이 모양이니 대한민국 경제가 오늘날 이러고 있는 것 아닙니까? (중략) 그래 가지고 경제가 되겠어요? 기본도 안 돼 있는 사람이 무슨 경제를 합니까?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겠다고 경제수석에 앉아 가지고...

(얼굴을 붉히면서 목청을 높인다) 알면서 답을 못하는 거야, 모르기 때문에 답을 못하는 거야?

이호승: (답을 못하고 침묵만 흐른다)

송언석: 이런 청와대를 보고 무슨 국정감사를 하고 무슨 정책질의를 합니까, 지금. 금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해외투자은행 기준으로 1.9% 정도 보고 있다고 합니다. (중략)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한국성장률이 세계성장률보다 0.9%p 더 낮게 가고 있습니다. 성장률 수치조차 머릿속에 없는 사람이 청와대에...정신 좀 차리세요, 청와대. (중략) 이번 정부 들어와서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90%나 됩니다. 정부가 (민간을 배제하고) 성장을 끌고 가는 게 말이 됩니까. 기업, 개인이 노력하게 만들어도 세계를 따라가기가 어려운데. 최저임금, 52시간제, 온갖 규제로 경제를 다 막아놓지 않았습니까? 실업률도 사상 최고치입니다. 노인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는데, 30~40대는 계속 마이너스이고, 제조업 취업자는 18개월째 줄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만 왕창 늘고 있습니다.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정책실장: (정호승 수석이 답을 안하자) 제가 좀 답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호승: (정책실장이 끼어드니 번쩍 정신이 들었는지 대답을 한다. 그런데 대답이 물타기성이다) 의원님께서 정책을 하실 때도 한국경제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높지 않았고요...

송언석: (혈압이 올라간다) 수석! 엉뚱한 얘기 하지 마시고요.

이호승: 세계경제 성장률하고 우리경제 성장률을 비교하실 때 그 성장률 추세가 쭉 떨어지는 추세에 있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송언석: (일단 경제수석의 물타기 전술을 긍정해 준다) 박근혜 정부 때도 세계성장률보다 낮았어요. 그렇지만 그 폭이 적었고 문 정권 들어와서 대폭 늘었어요. 2년반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여전히 과거 정부 탓, 야당 탓 하는...(목청을 높이자 얼굴이 다시 벌개졌다) 수석이 그러시면 안돼요. (생략) 정신 차리란 말이에요.

■ 송언석과 이호승

송언석 의원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후반부 예산을 담당하는 2차관을 맡아 일했다.

2017년 5월 정권이 바뀐 뒤 송 의원은 차관에서 물러났고 2018년 7월 제20대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됐다.

이호승 정책시장은 2016년 2월부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정권이 바뀐 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기획비서관이 돼 2018년 12월까지 일했다.

이 비서관은 다시 기재부로 복귀해 2018년 말부터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맡아 2019년 6월까지 일했다. 2019년 6월부터는 다시 청와대로 들어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됐다. 기재부→청와대→기재부→청와대 왕복이었다.

송언석이 기재부 차관을 할 때 이호승은 경제정책국장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기획재정부의 차관과 경제정책국장을 한 사이다. 이후 몇 년이 지난 뒤 국감장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송 의원은 경제수석을 맡은 '전직장 후배'가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조차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두리번거리자 결국 국감장에서 폭발했다.

2019년 국감장의 이 기묘한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기 때문에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송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에게 '기본적인' 전망 수치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했으나 '기본'에서 막혀버린 사건이다.

필자는 당시 국감 장면이 너무 황당해서 필시 경제수석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다. 외관상 아무 것도 모르는 '무능한' 수석처럼 비쳤지만, 지병이 있거나 송 의원에 대한 남모를 트라우마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해 보기도 했다.

■ 청와대 경제정책 사령탑이 된 이호승

2021년 3월 29일.

유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이호승 현 경제수석비서관을 임명했습니다. 신임 이호승 정책실장은 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일자리기획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거쳐서 현재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재임 중이며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 처리로 신망이 높으며 경제 등 정책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과 균형 감각을 보유하고 있어 집권 후반기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포용국가 실현 등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적임자입니다.

대통령비서실엔 대통령비서실장 외에 또 한명의 막강한 실장이 있다. 바로 정책실장이다.

비서실장이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 인사수석을 직접 지휘한다면 정책실장은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을 부린다. 정책실장에겐 그를 도울 경제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도 있다.

정책실장은 그야말로 한국경제를 책임지는 막강한 권력자인 셈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호승 경제수석이 이 자리를 꿰찼다. 그 정도로 김상조 실장의 경질이 전격적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 김상조와 이호승, 그들만의 덕담

다시 2021년 3월 29일.

유영민 비서실장: 그럼 먼저 퇴임하시는 김상조 정책실장 인사에 이어서 신임 이호승 정책실장의 인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 : 김상조입니다.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하여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이 탁월한 능력과 훌륭한 인품을 가진 분이라서 제가 다하지 못한 일을 잘 마무리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포용적 회복과 도약을 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한번 송구하고, 감사합니다.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 : 그동안 국익과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책 과제를 총괄해 오신 전임 김상조 실장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늘 느낍니다.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서 그 부족을 메꿔 나가겠습니다.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세 가지 정책 과제에 집중하겠습니다. 첫째,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조기에 일상을 회복하는 것, 둘째, 기술과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것, 셋째, 그 과정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차근차근 이루어냈고, 오늘의 세계 10위권 중견국가, G7에 육박하는 소득 수준, 문화의 힘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매력있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께서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자신감 있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뒷받침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현직 정책실장은 서로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은 대단한 우정을 쌓았던 것 같았다. 김상조와 이호승은 2019년 6월 같은 시기에 정책실에 입성해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두 사람은 2년에서 3개월 모자라는 기간 같이 경제정책을 만들어냈다.

■ 김상조의 전세금 올려받기

2021년 3월 28일.

김상조 정책실장의 치부가 드러났다.

김 실장은 작년 7월 29일 현 세입자와 본인 소유의 강남 아파트에 대한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금을 14.1%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금을 1억 2천만원 올려 9억 7천만원에 계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는 작년 7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세간에 알려진 임대차 관련 법안은 7월31일 국무회의를 거친 뒤 곧바로 시행됐다.

김 실장이 D-데이를 목전에 두고 일을 처리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임대료 인상폭이 5%로 제한되는 전월세상한제를 시행을 이틀 앞두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사람들은 법 시행 후 전세계약을 갱신했다면 김 실장은 전세금을 이렇게 올려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을 황급히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에서 부동산을 포함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임대차 관련법 시행을 앞두고 서둘러 계약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유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는가. 김 실장도 할 말이 있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전세집 보증금을 2020년 8월 집주인의 요구로 2억원 넘게 올려줘야 했기 때문에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중인 청담동 아파트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 사람들은 발끈했다. 일부에선 현금을 14억원이나 들고 있는 사람의 변명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관례에서 벗어나' 김 실장을 바로 경질해버렸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정부의 도덕에 대한 잣대가 '일반인들의 기준에 비해 너무 낮다'는 점을 아는 사람들은 의심을 표하기도 했다. 한 지인은 이렇게 논평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경질을 하다니요. 이 정부는 웬만한 비리는 비리로 보지 않는 정권 아닙니까? 도덕과 불법에 대한 기준 자체를 바꾼 최초의 정권 아닌가요? 선거 때문에 급하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비리가 있겠지요."

김 실장은 주택 소유주이자 임차인이다. 강남구 청담동에 보유한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자신은 성동구 금호동에 거주했다.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이 제시한 기준에 의하면 김 실장은 아파트 갭투기를 한 사람이었다.

김 실장은 업무상 알게된 비밀을 이용한 혐의로 시민단체에 고발도 당했다. 필자의 친구인 한 변호사는 위법 소지가 있다면서 법적 다툼을 벌일 가치가 있다고 했다.

LH공사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청와대 사람들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속~)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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