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8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10원 오른 1,13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이 종가 기준 1,13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4일(1,137.70원) 이후 4개월여만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장 막판까지 계단식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주말 사이 미 고용지표 호조가 달러 강세를 자극한 것이 달러/원 환율 상승에 촉매로 작용했다.
여기에 코스피지수 하락 반전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 전환, 달러/위안 환율 상승 등 서울환시 주변 다른 가격 변수 등도 달러/원 상승을 지지했다.
특히 미 부양법안 기대로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 채권 금리 상승 우려가 제기되며 주식시장 전반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달러/원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환시 역내외 참가자들은 장중 내내 롱포지션을 확대했고,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레벨을 높여 출회되면서 달러/원 상승이 진행됐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5216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01% 오른 91.98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천292억 원어치와 1천788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 환시 참가자들, 달러 강세 당분간 지속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 고용지표 개선이 달러 강세를 일정 기간 자극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날 역내외 할 것 없이 서울환시에서 롱포지션 확대에 나선 것도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1조 9천억 달러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채권 금리 상승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날 주식시장 하락과 달러/원 상승을 자극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경기 회복 기대에 따라 진행되는 채권 금리 상승이 장기간 주식시장 악재로 작용한 사례는 없다"면서 "하지만 팬데믹 이후 가파른 상승을 보인 리스크 자산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해 보일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원화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9일 전망…美 채권 금리 상승·주식시장 조정 시 1,140원대 진입도 예상
오는 9일 달러/원 환율은 1,140원대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어 보인다.
미 부양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고, 하원까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산시장 내 경기 회복 기대는 더욱 무르익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미 채권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하락이 진행될 것이고, 달러는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환시 역내외 참가자들도 이러한 대외 가격 변수 흐름을 따라 롱포지션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미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이나 정부 관료들도 최근 미 금리 상승을 경기 회복에 결과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서 구두 개입 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면서 "결국 경기 회복 이슈가 주식시장과 원화와 같은 리스크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회복과 팬데믹 극복 이슈가 긴축과 연결되며 자산시장 내 혼란을 야기할 순 있겠지만 결국에는 주식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 자산의 가치 조정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