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31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원 3.50원 오른 1,18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만에 상승이다.
이날 달러/원 개장 초만 하더라도 달러 약세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 소식에 1,170원대 후반에서 주로 거래됐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매도세가 갑자기 몰리면서 코스피는 결국 하락 반전했고, 서울환시 수급도 수요 우위로 재편됐다.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은 백신 개발 소식과 미 경기 부양법안 진전 소식 등이 흘러나오며 리스크온 무드를 탔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전혀 호재성 재료에 반응하지 못했다.
미 경기 부양책 관련해서도 진전된 소식이 나왔다.
마크 메도스 미 백악관 비서실장은 "민주당에 부양책 규모를 당초 1조 달러에서 1조3000억 달러로 높여 제안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당장에라도 서명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는 오후 들어 1조 원을 훌쩍 넘어섰고, 이 때문에 서울환시 수급뿐 아니라 시장참가자들의 숏마인드도 빠르게 위축됐다.
결국, 달러/원은 상승 반전했고, 아시아 금융시장 흐름과 디커플링 된 모습을 보인 채 마감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8572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01% 떨어진 92.36을 기록했다.
■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외인 주식 매도(?)
환시 전문가들은 이날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폭발한 것을 두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조치 시행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내수 위축은 물론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외국인들이 선취매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하튼 이날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는 1조 억 원으로 지난 3월 9일(1조5천238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민간소비 회복이 제약될 것이라는 우려가 오늘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연결됐다"면서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는 이번 주로 마무리되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감소세가 눈에 띌 정도로 진행된다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급증에 상승 압력을 받았지만, 달러 약세라는 큰 흐름을 벗어나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1일 전망…백신·경기 부양 이슈로 美 주식시장 강세 지속
오는 1일 달러/원 환율은 미 주식시장 강세 기대와 외국인 국내 저가 매수 등이 어우러지며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백신 개발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미 경기 부양법안도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로 아시아시장에서 미 주가지수 선물은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아울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달러 약세와 저가 메리트 등을 이유로 주식 매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달러/원은 상승보다 하락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린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달러/원이 하락분을 모두 반납하고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의 과매도 때문이지, 환시에 이상 수급이나 시장 쏠림, 투기 세력이 있어서는 아니였다"라면서 "외국인 국내 주식 과매도 국면만 진정된다면 달러/원은 달러 약세에 기대 1,180원선 초반 또는 1,170원대 재진입을 다시 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