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1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가격 변동 없이 1,185.60원에 마감했다.
달러/원은 개장과 동시에 달러 강세 여파로 오름세를 보였다.
미 추가 경기 부양법안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에 미 실질금리가 오르면서 달러 강세를 자극한 탓이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을 필두로 미 추가 경기 부양법안 협상 재개를 리스크온 재료로 인식했고, 이 때문에 달러/원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상승분을 반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여하튼 코스피지수는 장 막판 상승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26개월 만에 2,400을 돌파했고, 외국인 매수까지 동반하며 달러/원에 하락 압력을 불어넣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9512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02% 오른 93.59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1천50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역외 롱마인드 시들…韓 성장률 상향+美 부양책
이날 달러/원의 하락 반전은 역외 시장참가자들이 미중 갈등과 달러 강세에 기대 쌓아두었던 롱물량을 일부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역외의 롱마인드가 시들해지다 보니 역내 참가자들도 달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코스피지수 강세와 달러/위안 하락이 맞물리면서 달러/원의 상승 모멘텀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날 우리나라의 2020년 경제 성장률을 -0.8%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도 역내외 참가자들의 롱마인드를 위축시켰다. 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한 바 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 흐름은 주춤해졌지만, 그렇다고 약세로 전환된 것도 아니다"면서 "역외가 오늘 롱포지션을 줄여간 것은 미 경기 부양책 기대와 함께 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달러/원 환율은 하락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 주식시장이 추가 경기 부양법안 재개 가능성과 미중 무역회담 소식 등에 위쪽으로 반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 경기부양 법안을 놓고 의회 합의가 이뤄질 경우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일시적 강세 흐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데다 현재 글로벌 자산시장 내 분위기는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압도하고 있어 달러/원에는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예상치 못하는 곳곳에서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달러/위안이나 달러/원 등 리스크 통화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미 주가지수 선물이 아시아 주식시장 강세에 기대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오늘 미 주식시장도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며 "아울러 국제 유가가 아시아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타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는 점 또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