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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세업체도 뛰노는 오픈뱅킹 될까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기사입력 : 2019-11-18 00:00

▲사진: 전하경 기자

▲사진: 전하경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오픈뱅킹 시도는 좋은데 작은 핀테크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오픈뱅킹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들었던터라 조금 의아했다. 금융권이 독점하던 데이터를 핀테크 업체에 전면 개방하고 금융보안원에서 보안 점검 비용까지 부담하는데 중소형 핀테크 업체들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니. 은행권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해보였는데.

대망의 오픈뱅킹 시범서비스 첫날인 10월 30일. 기대와는 달리 은행권 오픈뱅킹은 첫날부터 삐그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소비자로서 하나의 은행 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달리 은행 별 오픈뱅킹 UX/UI가 제각각이었고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컸다.

A은행에서는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일부 보유 은행 계좌를 불러와줘 한번에 등록이 가능했다.

A은행 오픈뱅킹에 만족감을 느끼고 B은행에서 오픈뱅킹을 사용하려고 보니 계좌를 등록하기 위해 일일히 계좌번호를 등록해야 했다.

계좌번호를 일일히 등록하고 보니 5개까지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떴다. 이마저도 일부 은행은 등록 오류가 계속 났다.

모든 보유 계좌를 볼 수 있다는 문구와는 달리 펀드계좌는 보여지지 않고 예적금 계좌만 보였다. 등록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떴지만 결국 막판에는 오류가 나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픈뱅킹 첫날에 C은행 앱 내 오픈뱅킹에 들어가 타계좌로 계좌이체를 시도했는데 이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체를 시도한 돈은 2시간 후에 돌아왔다.

그 다음날 아침 해당 은행 디지털부에서는 사과와 환불이 완료됐다는 문자가 발송됐다.

오픈뱅킹 서비스 불만이 많았는지 금융위원회에서는 지난 6일 오픈뱅킹 개시 일주일 후에 ‘오픈뱅킹 시범서비스 이용 현황’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시범실시 후 일주일간 성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시범실시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일주일동안 102만명이 서비스에 가입해 183만 계좌가 등록됐다. 오픈뱅킹 서비스 총 이용건수는 1215만건으로 일평균 174만건에 달했다.

출금이체는 22만견, 잔액조회 894만건, 기타 API 이용은 299만건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영국 오픈뱅킹은 도입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일평균 200만건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오픈뱅킹은 매우 높은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융소비자가 불편을 겪었던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시범실시초기인 만큼 제기된 보완 필요사항 들에 대해서는 금융결제원이 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개선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계좌입력을 일일일 해야 했던 건 계좌가 자동조회되는 어카운트인포 서비스와 연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1일자로 연계가 이뤄져 오류가 났던 은행들에 다시 시도했다.

계좌 입력 불편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등록 오류는 계속됐다.

오픈뱅킹이 삐그덕 거린 배경에는 인프라 미비라는 외적 요인도 있겠지만 오픈뱅킹 주체자인 은행들이 몸을 사리고 있어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금이체 미도입에 대해 금융위는 일부 은행은 해당 은행이 아닌 ‘타행→타행’ 입금이체시 오픈뱅킹 입금API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입금이체 API 적용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지거용 은행도 내부의사결정과 전산개발 완료시 적용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은행이 전면 개방보다는 오픈뱅킹 시행에 ‘최소한의 노력’만 한 셈이다.

‘고객을 뺏길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니 오픈뱅킹 첫날부터 캐시백, 갤럭시폴드, 노트북을 내건 공격적 마케팅과는 달리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되지만 도입하지 않은건 ‘오픈을 해야한다’는 억울함에서 나온다.

오픈뱅킹이 시행되기 전 은행 담당자들은 오픈뱅킹이 손해라는 속내를 비쳤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오랜 시간 비용을 들여 만든 데이터인데 이걸 외부에 공개해야한다는 점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픈뱅킹 활성화를 위해 영세 핀테크업체 비용도 대폭 줄여 보안비용도 부담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형 업체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오픈뱅킹을 하기 위해서는 이체 기록 등을 모두 암호화하고 기록을 저장하는 등 구축할 인프라가 많다. 지금 당장 시작한 핀테크 업체에게는 비용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디지털 관련 담당자는 “암호화하고 저장하는건 소형 핀테크 업체에게는 비용 부담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라며 “기존 금융권들은 이미 다 인프라가 깔려 있어서 대형 핀테크 업체에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픈’이라고는 여전히 기존 금융권에만 열려있고 핀테크 업체들에게는 ‘선택적’으로 열려있는것 아닌지 의문이다.

오픈뱅킹 취지는 자본이 적어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진 핀테크 업체가 은행과 동등한 출발선에서 경쟁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사실상 고객 정보, 서비스를 독점하던 은행에도 혁신을 촉발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이 적어 빛을 발하지 못한 핀테크 업체에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금융위는 지난 6일 ‘오픈뱅킹 시범서비스 이용 현황’ 향후 계획에서 “참여은행, 핀테크업체, 소비자 등의 다양한 의견을 지속 수렴·반영하고, 특히 보안점검 노력을 강화하여 정식 서비스 출범일인 12월 18일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오픈뱅킹은 규모에 상관 없이 혁신성 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이 되기 위한 금융당국, 핀테크 업체, 금융권의 고민이 더 필요할 때다. 시행 단계에서 하지 못한다면 오픈뱅킹은 ‘클로즈드 뱅킹’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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