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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공개매수·가상자산·재정준칙, 여당의 3대 입법 과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0 05:00 최종수정 : 2026-07-10 16:41

정무위·재경위 확보한 민주당의 경제 입법권
발동 기준부터 준비자산까지, 설계가 관건
입법 속도 아닌 완성도로 증명할 여당의 책임

[김의석의 단상] 공개매수·가상자산·재정준칙, 여당의 3대 입법 과제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규제 한 줄이 수조 원의 자금을 움직이고, 세율 조정 하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금융과 재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시장의 규칙과 국가 재정의 방향을 설계할 절대적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다.

국회 하반기 원 구성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위원장 자리를 모두 확보했다. 전반기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윤한홍·임이자 의원의 자리를 여당 3선의 유동수닫기유동수기사 모아보기·조승래 의원이 가져갔다. 이로써 의제 설정부터 법안 발의, 심사, 본회의 상정까지 경제 입법의 주도권은 사실상 여당 손에 들어갔다.

이제 더는 야당 때문에 입법이 지연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무책임한 정치가 가져오는 대가는 이미 상반기 국회가 보여줬다. 국회는 경제보다 정치적 대립에 매몰됐고, 주요 법안은 멈췄으며 정책 방향은 흔들렸다. 기업과 시장은 불확실성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번 원 구성은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 속도를 공개 비판하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은 상임위원장 독식을 시사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소수당 견제 장치를 약화하는 국회법 개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 기조가 이번 원 구성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 법안 처리율 부진을 상임위 주도권 확보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운영 미숙으로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반기 전체 상임위 평균 가결률도 10%를 밑돌았다. 처리율 부진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 대치가 빚어낸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통과율만으로 단독 처리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법안 처리 속도가 아니라 입법의 완성도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의무공개매수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재정준칙이다. 세 과제의 공통점은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데 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왼쪽)과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이들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재정준칙이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왼쪽)과 조승래 재정경제기획위원장. 이들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재정준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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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장치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보듯 대주주만 이익을 가져가고 부담은 회사와 시장에 남기는 구조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6월 국민경제자문회의 합동회의에서 이를 하반기 우선 입법과제로 제시했다. 핵심 쟁점은 공개매수 의무 범위다. 지분 25% 이상을 취득한 최대주주에게 잔여주식 전량 매수를 의무화할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최소 기준인 '50%+1주' 이상으로 정할지가 첫 갈림길이다. 금융위는 '50%+1주' 이상을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어느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수금융 규모와 M&A 구조가 달라진다. 소액주주 보호와 시장 기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투자자 보호를 넘어 미래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중요한 것은 발행 주체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담보 구조와 운영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거래소와 커스터디 운영 기준, 법인 투자 허용 범위는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입법이 늦어지거나 규제가 과도하면 단기적 안정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는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재정준칙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하는 것이 재정준칙의 핵심이다.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제도화하지 못하면 '유연한 재정'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채무 부담은 미래 세대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처리 건수가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다. 설계가 허술한 법안은 빠르게 통과될수록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남긴다.

이미 선례도 있다.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 다수 의석을 앞세운 속도전 입법은 시행 직후 수차례 보완 입법과 재개정으로 이어졌다. 속도가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조문 하나하나의 완성도에서 갈린다. 의무공개매수의 발동 기준과 예외 규정, 스테이블코인의 담보 구조, 재정준칙의 유연성 조항과 운용 메커니즘이 시장의 신뢰를 결정한다. 시장과 투자자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규칙에 비용을 지불한다.

국민의힘 등 야당 역시 협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권한의 무게는 같지 않다. 경제 양대 상임위를 모두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은 절대적이다. 시장이 가장 엄격한 잣대로 평가할 대상도 여당이다.

야당을 탓할 시간은 끝났다. 권한을 모두 쥐었다면 책임도 모두 져야 한다. 금융시장은 정치적 의도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작동하는 제도만 평가한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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