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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미국 상장, 한국 자본시장 '멀티마켓 시대' 여나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10 13:42

국내 기업 자금조달 무대,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증권사·거래소·운용사까지…자본시장 판도 변화 예고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ADR) 추진이 한국 자본시장의 국내 중심 구조를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ADR) 추진이 한국 자본시장의 국내 중심 구조를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ADR) 추진이 한국 자본시장의 국내 중심 구조를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표기업들이 국내 시장 중심의 기업가치 평가와 자금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 등 글로벌 자본시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마켓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라는 개별 기업을 넘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상장 전략은 물론 증권사, 한국거래소,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전반의 사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 상장의 핵심은 단순한 해외 자금 조달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라는 흐름에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 대부분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국내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왔다. 해외 증시 상장은 일부 바이오기업이나 스타트업 중심이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제조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I 산업 성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도체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미국 증시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직접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해외 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주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가 기반 확대와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 확보 측면에서 미국 자본시장 활용의 의미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ADR 상장을 한국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 방식이 변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한 증권사 ECM 담당 임원은 "과거 해외 상장은 일부 바이오기업 중심의 선택지였지만 앞으로는 AI와 반도체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기업들도 미국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사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 ECM 사업은 IPO와 유상증자 등 국내 주식 발행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내 IPO 주관 실적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조달 경험, 해외 기관투자가 대상 IR 역량,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 확보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는 기업의 해외 자금조달을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ECM 역량이 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며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 딜 수행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투자자의 SK하이닉스 투자 경로는 국내 증시에 집중돼 있지만 ADR이 도입되면 미국 시장을 통해 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에 한국 증시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자금이 새롭게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국내 증시 유동성이 일부 미국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 수요가 ADR 시장으로 분산될 경우 한국거래소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해외 자본시장 활용 확대에 따라 한국거래소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유치 경쟁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투자자가 선택하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애프터마켓 확대,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 영어 공시 확대, 글로벌 ETF 활성화, 해외 투자자 대상 IR 강화 등 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을 국내 시장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시장 인프라와 투자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역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해외 상장 한국 기업이 늘어날 경우 MSCI·FTSE 등 글로벌 지수 편입 방식과 패시브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ETF 운용사들도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ADR 상장 기업 확대는 ETF 상품 구성과 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중심의 운용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한국 기업을 평가하는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며 "ETF와 패시브 상품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단순한 한 기업의 상장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과 자본시장 경쟁 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 기업들은 국내 증시 상장을 최종 목표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자본시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마켓' 전략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ADR은 한국 기업의 경쟁 무대가 국내 거래소를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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