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부모와 자녀의 부양관계 등을 알아보기 위해 그 대상자는 조사일 현재 본인 또는 배우자의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생존해 있고, 만 19세 이상의 성인자녀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그 중 성인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 부모님 간병, 손주 양육 중 2가지 이상 부양 경험이 있는 사람 10명에 대해서는 일대일 대면조사도 이루어졌다. 조사를 통해 보고된 5060세대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자료|2018 미래에셋 은퇴라이프트렌드 조사 보고서
더블케어에 드는 비용, 소득의 20~30%
이번 5060 조사대상 세대의 절반은 경제적 지원을 통해 성인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거나 학자금, 결혼자금 등 목돈을 주기도 한다. 5060가구 중 노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거나 간병을 하는 등 노부모를 부양하는 경우는 62.4%로 자녀 부양 경우보다 더 많다.
현재 아래로는 성인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이른바 더블케어 상태에 놓인 이들이 전체의 3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5060세대 중 출산이 늦어 자녀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리거나, 자녀가 독립하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더블케어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팍팍한 경제 환경 속에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지고 만혼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5060세대가 더블케어로 떠밀리는 형국이다. 이들이 매달 성인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는 월평균 78만원이며 노부모에게는 월 40만원을 드린다.
더블케어로 지출되는 가구당 월평균 118만원은 월평균소득 579만원의 20.4%에 달하는 수준이며, 5060세대 평균 소비성향이 70% 수준임을 고려하면 더블케어 가구는 벌어들인 소득 중 가계 유지에 필요한 소비지출을 뺀 나머지 상당부분을 더블케어 비용으로 쓰고 있다.
따라서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한 저축은 생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부모 간병이 더해져 세 가지 짐을 지고 있는 가구는 간병비로 월 55만원이 추가돼, 총 케어 비용은 월 170만원에 달한다. 조사에서 세 가지 부양의 짐을 진 이들 155가구의 평균 월소득은 562만원으로 월소득의 30%가 정기적으로 더블케어 비용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70대를 넘어선 노부모에게는 병환이 언제 갑자기 닥칠지 모를 일이며, 병환의 종류나 경중에 따라 소요되는 간병 비용과 간병 기간이 달라질 것이다. 노부모 부양 중 장기 간병은 경제적인 타격이 크고 일단 지출이 시작되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부모 간병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고 사전에 대비 할 필요가 있다.
더블케어 가구의 41.9%는 트리플케어 중
손주 있는 더블케어 가구의 5집 중 2집(41.9%)은 트리플케어 중이다.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막중한 부담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부양 부담이 지워진다. 더블케어를 하면서 추가로 손주도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트리플케어 가구가 손주를 돌봐준 기간은 평균 26.5개월이다. 이는 더블케어 가구가 노부모를 간병한 평균 간병 기간 22개월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손주를 돌보는 데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양육 수고비를 받는 경우는 트리플케어 10가구 중 3가구만이 자녀에게 매월 약 55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고비를 받지 않는 경우가 43.6%로 더 많다. 트리플케어를 하는 주요 이유는 자녀의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자녀가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하도록 도와주려고’ 참여하는 경우다. 2016년 30대 가구주 중 맞벌이 비중은 44.6%에 이른다. 맞벌이 가구가 조부모 등에게 육아지원을 받는 비율은 2004년 23.6%에서 2014년 53%까지 증가했다. 종합해보면 30대 가구 4가구 중 1가구는 그들의 부모에게 손주 양육을 맡긴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5060세대가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경제적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가족 부양과 관련된 지출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노후생활을 하게 될 우려가 크다. 월소득 대비 가족부양(성인자녀 및 노부모 생활비 지원)에 소요되는 지출 비율이 25%를 넘으면 케어푸어라고 할 수 있다.
케어푸어 가구는 현재 자신들이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부양하는 정도가 자신들의 가능한 여건보다 과도한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부모보다는 성인 자녀에 대한 지원이 조금 더 과도하다고도 느끼는 편이다. 특히 5060가구 중 가족을 부양하는 것에 발목이 잡혀 정작 자신들의 노후준비는 하지 못하고 초라한 노후를 마주하고 있는 숨은 푸어 가구도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블케어 세대 노후준비 어떻게 할까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낀 세대 5060세대들은 스스로 이 무거운 책임을 자신의 세대에서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노후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대해 미래에셋 은퇴라이프트렌드 조사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5060세대가 가족부양과 노후준비, 두 과업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녀를 지원할 때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자녀를 지원하고 난 뒤 남은 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준비자금을 먼저 준비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자녀를 지원해야 한다. 자녀세대의 결혼시기가 5060세대의 은퇴 시점과 맞물리다 보니, 퇴직금을 깨 자녀의 결혼자금을 지원해 주었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자녀에게 부양부담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당장 얼마의 지원금을 주기보다 길게는 몇 십 년으로 이어질 나의 노후가 자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녀를 위해 더 나은 일일지 모른다.
둘째, 노부모 부양은 가족 전체의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 경제적 부양이든 물리적 부양이든, 한 집에서 노부모 부양을 전부 책임지기보다 형제자매끼리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외부 간병서비스나 노인주거복지시설 등 적절한 대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셋째, 부부간 가족 지원에 대한 합의와 소통에 좀 더 힘써야 한다. 부부라 하더라도 자녀 지원이나 부모에 관한 생각이 다르고, 부양에서의 역할도 다른 듯 보인다. 배우자는 가족 부양과 노후 준비를 함께 감당할 동반자다. 마음을 합해야만 이 과업들을 무사히 달성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자신의 방법을 고집하기보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할 필요가 있다.
노후에 함께 밥을 차려먹고 여행을 가고 담소를 나누며 아프고 힘들 때 기댈 사람은 가족 중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곁의 배우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