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잃은 국산 자동차] R&D 외면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 급감 '직격탄'](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70904165504188024fnimage_01.jpg&nmt=18)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R&D투자 금액은 34억달러로 토요타 95억달러의 3분의 1, 폭스바겐 151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가 상반기 R&D 비용을 줄인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 등에서 차량 판매수가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5%가량 줄어들었다. 지난달 미국 진출 이후 최초로 현대차에 앞섰던 기아차는 판매량이 1.7% 감소하며 다시 1000대차로 밀렸다.
기아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중국 시장 판매량은 1만7000대를 기록해 2016년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강차들 R&D에 조단위 투자와 대조
이에 현대·기아차는 R&D 투자비용을 10% 이상 축소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미래차 패권 장악을 위해 R&D 비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총 1조5,000억엔(약 15조원)으로 1.2%, 혼다는 9.4%, 닛산은 7% 확대 집행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삭감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비교했을 경우 수치는 4배 이상 차이난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은 16조원 이상을 R&D 투자에 쏟아부었고, 도요타도 10조5000억원 이상을 R&D에 사용했다. 폴크스바겐은 현대·기아차의 4배, 도요타는 2.5배 많은 금액을 R&D에 집행한 셈이다.
R&D 투자 중 대부분 하이브리드와 IA에 쏠려있다. 일본 도요타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 업체와 손을 잡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 테슬라의 등장으로 자동차업계는 전기차(EV)·자율주행차 분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제휴 강화로 포위망을 넓히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등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벤츠-BMW, 수소·하이브리드차 연내 출시 예고
독일의 자동차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7 IAA’에서 초고성능 차량인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와 함께 전기차 브랜드 ‘EQ’의 첫 소형 콘셉트카, 수소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LC F-CELL EQ 파워’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BMW는 순수전기차 모델인 ‘뉴 i3’와 ‘뉴 i3s’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배출가스 제로의 친환경 기술을 유지하면서 높은 주행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GM과 포드 역시 미래차에 대한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내연기관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언제 이익이 날지 모르는 분야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잰걸음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용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과 구동 모터, 전기차 충전용 통신 제어기, 5세대 내비게이션, 카메라 센서 제어기 등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기술과 관련된 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의 기술력은 구글 보다 떨어진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부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 뒤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테슬라에 쫓기는 불안감 지우려면 R&D 진작 절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나비간트리서치가 지난 4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의 수준은 자율주행분야에 뛰어든 완성차, ICT, 부품기업 18곳 가운데 중위권인 10위에 그쳤다. 포드, GM, 르노닛산, 다임러, 구글-웨이모 등 완성차회사 5곳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테슬라가 현대자동차를 위협할 수 있다"며 "공급망 변화와 함께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소수의 승자가 전자·자동차·데이터를 넘나들며 독과점하는 구도가 예상된다”며 “가령 한 기업이 AI를 이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면 데이터를 독점하게 되고 그 데이터로 자동차·전자제품 등 하드웨어로 연결하면서 결국 모든 '파이'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 기반을 마련하려면 획기적인 R&D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