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와 ‘달서맥주’. BGF리테일 제공
앞으로 A씨의 경우처럼 소규모 양조장을 가진 사업자들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세제 혜택도 대폭 확대하는 등 소규모 주류사업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소규모 맥주면허 사업자들의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 유통을 허용한다. 기존에는 사업자들의 제조장과 영업장 등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맥주 면허는 저장조 규모로 일반 맥주면허와 소규모 맥주면허로 나뉜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대기업의 경우에는 일반 맥주면허를 가진 사업자이며, 5~75㎘ 규모는 소규모 맥주면허 사업자로 구분된다.
최근 ‘대통령 맥주’ 타이틀을 얻은 세븐브로이의 경우 일반 맥주면허를 가지고 있어 CU 등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가능했다. 홈플러스에서 ‘해운대 맥주’를 판매중인 KCB, 세븐일레븐에서 ‘에일맥주 2종’을 출시한 플래티넘도 모두 일반면허를 가지고 있는 제조업체다.
정부는 소규모 맥주면허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5~75㎘에서 5~120㎘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신생 수제맥주 업체들의 증가는 물론 현재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도 규모를 늘려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
또 주세경감률 기준도 완화돼 맥주 출고수량 200㎘ 이하는 60%를, 500㎘ 이하는 40%, 그 이상은 20%의 세금을 감면해준다.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 그 만큼 수제맥주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제맥주의 경우 일반 국산맥주보다 비싼 4000~5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그간 가격경쟁력에서 밀려왔다. 다만 소매점 판매 수제맥주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을 현행 ‘제조원가’에서 ‘출고가’로 적용한다. 출고가로 적용 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반면 수제맥주의 소매점 판매 활성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소규모 업체가 이마트·세븐일레븐 등 대기업들의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맥주시장에 뛰어든 신세계(데블스도어)와 SPC그룹(라그릴리아) 등 비주류 전문 대기업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오비맥주·하이트진로처럼 대규모 운송시설과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위생 문제도 거론된다. 보통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제맥주의 경우 유통기한이 최대 6개월로, 일반 맥주보다 절 반 이상 짧다.
한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마트나 편의점에 유통하기 위해서는 생산량과 시설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빨리 생산규모를 키우는 쪽이 유리하다”며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시설 투자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