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열린 가운데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금융신문DB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1월 박 대통령은 손 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CJ의 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있으니 좌파적 성향을 바꾸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손 회장은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방향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손 회장을 만났고“CJ가 영화를 잘 만들고 있는데 콘텐츠의 방향을 바꾼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정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라는 압박이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해당 년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특검팀은 손 회장이 박 대통령의 질책에 대해 “CJ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아니며, 다만 영화예술인 들 사이에 좌편향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아 이번에 정리를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J는 이후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를 잇따라 제작했다.
특검은 이와 관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을 이번 주중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선 2013년 7월에는 박 대통령이 CJ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2013년 7월 4일 박 대통령은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을 불러 “CJ 그룹이 걱정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손경식 회장 또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며 두 사람의 이름을 명확히 거론했다.
특검에 앞서 박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CJ 오너가가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계기를 CJ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TV프로그램과 영화를 연달아 제작했기 때문으로 관측했다.
CJ는 같은 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기획하고 투자·배급 했으며, 2013년 영화 ‘변호인’에 투자 했다. 때문에 ‘좌파 정권의 숙주’라는 수식어를 받으며 청와대의 심기를 거슬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 직후인 7월 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손 회장을 만나 “VIP의 뜻이니 이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했으며, 조 전 수석은 같은 달 있던 손 회장과의 전화통화에서도 “VIP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며 “CJ가 건강한 기업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고 정치색 없이 갔으면 좋겠다”고 거듭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손 회장은 계속된 조 전 수석의 퇴진 압박에 2013년 7월 9일 7년간 몸담았던 상의 회장 자리에서 내려왔고 같은 해 9월 CJ E&M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2014년 10월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미국행을 택했다.
김은지 기자 rdwrw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