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은 지난 8일 오후 이사회에서 624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9일 공시했다. 증자 규모는 중국 안방그룹지주유한회사(안방보험)가 동양생명 지분 57.5%를 인수할 당시 매입 금액(1조 13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안방보험의 지분은 75.34%까지 늘어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IFRS4 2단계 도입, 지급여력비율(RBC) 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증자를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 그동안 저축성 보험 판매로 늘어난 자본 확충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IFRS4 2단계는 보험 부채(보험금) 평가 방식을 계약 시점 기준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저축성 보험 확대는 곧 보험금 지급여력비율(RBC)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저축성 상품 보험료는 이자가 붙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매출이 아닌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실제로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저축성 보험 비중을 축소하려는 타보험사들과도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동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올해 1분기 1조 53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5430억원) 대비 약 3배 확대됐다. 보장성 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올해 1분기 365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3210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동양생명은 유상증자 결정으로 국부유출 관련 논란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통해 발생된 수익으로 중국 지방정부 공사채 투자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외채권이 부실화될 경우 동양생명만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증자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건과는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9월 우리은행 지분 4~8%를 매입하기 위해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매입 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3000억원 이상이다. 이틀 뒤인 11일 본입찰이 마감된다. 동양생명은 아직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번 증자의 가장 큰 목적은 새로운 회계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으로 쌓아 온 실적을 만회하고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자본에 편입된 증자 금액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내다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인수된 후 (안방보험의) 신규투자가 없었는데 큰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서 동양생명과 장기적으로 상생한다는 의지도 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자본 건전성을 위해 증자 외에도 최저보증이율을 낮추고 자산운용비율을 제고하며 꾸준히 리스크 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lej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