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망을 어느 정도 확보한 대형사들은 ISA를 통해 고정 고객을 잡으려고 나선 가운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를 포기하고 중기특화증권사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4일 ISA 계좌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형증권사들은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ISA에 한해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대신 증권사는 비대면 일임계약이 가능해져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이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ISA 고객 대상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오는 ISA 판매가 시작되는 14일부터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을 판매한다. 한국투자증권도 ISA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연 5% 특판RP 가입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삼성증권도 고객들에게 연 4.0%의 RP 가입혜택을 준다.
반면, 금융위원회의 중소기업특화증권사에는 IBK, KTB, KB, SK, BNK, HMC, 코리아에셋, 유진, 유안타, 키움, 동부, 골든브릿지증권 등 총 13개 중소형 증권사가 참여했다.
이중 KT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은 ISA 상품을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소증권사가 ISA 출시를 포기한 이유는 은행이나 대형증권사와 경쟁해야하고 수수료 인하 전략으로 갈 경우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계좌이동이 가능하기때문에 고객 확보가 어렵고 지점이 많은 은행이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소증권사에게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향후 시장 반응을 보고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KTB투자증권의 경우 국내에 3개 지점을,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각각 1개 지점만 갖고 있다. 또 일부 증권사는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가 아예 없어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상품에 편입하기도 어렵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기특화 증권사 도전자 중 몇몇 곳은 리테일보다는 특화 경쟁력에 초점을 두고 있어 ISA 상품 판매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ISA가 증권업계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출혈 경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사의 마케팅은 유사한 점이 많다. ISA 계좌로 일단 5년간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에 마케팅에도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또 운용 수수료를 금융감독원 제출직전까지 고민했던 이유도 0.1% 차이에 소비자 선택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을 필두로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5%의 금리를 제공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ISA 사전예약 고객에게 특별 판매, 캐쉬백과 경품 등을 내걸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유망 상품이라고 하면 ELS 정도인데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는 상품 구성 능력에서 밀린다"며 "ISA는 대형사와 은행 위주이기 때문에 소형사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