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비주력 에너지 계열사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곳을 한화에 매각했으며, 그룹 자회사의 황종연횡에도 주력했다. 유력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쳐, 거대 삼성물산을 정식 출범한 것.
여기에 이 부회장은 선친의 지병 이후 지배 구조를 단순화하고 자신은 전기와 전자를, 동생 부진에게는 호텔신라를, 서현에게는 패션과 유통 부분을 각각 맡겼다. 이 부회장은 선친이 강조한 미래 먹을 거리 창출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이 부회장 체제의 그룹 신사업은 ▲바이오사업 ▲전장 사업으로, 앞서 선친이 선정한 아이템을 강화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최근 합병 과정에서 신사업단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연결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적극 반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주요 의·제약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의약품 위탁생산사업을 하는 회사로 미국 BMS, 스위스 로슈와 생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미 잘 갖춰져 있는 삼성의 의료 인프라나 금융관련 사업군인 삼성생명, 삼성화재와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달 초 조직개편에서 이 부회장은 ‘전장(전자장비)사업팀’을 신설, 선대 회장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15년만에 재현했다. ▶ 관련기사 5면
경쟁사인 LG전자와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 애플 등이 속속 스마트카 사업에 진출한 점이 이 부회장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게 업계 진단이다.
◇ 이재용, 실용주의 노선 對 의선, 고급브랜드 전략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닫기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자사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 론칭 행사를 직접 주관, MK 대신 경영 전면에 나선 점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렸다. 정 부회장은 매년 MK가 주관한 해외법인장 회의를 이번 달에 주관하는 등 역시 세를 과시했다. 해외법인장 회의는 MK가 직접 주관해 익년 경기를 전망하고, 경영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앞서 정 부회장은 매년 말에서 익년 초까지 선친이 진행한 현장 경영도 자신이 주도했다. 실제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유럽법인과 현지 생상공장을 둘러보고 현안을 점검하는 등 직접 해외 사업장을 단도리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해외 모터쇼나 해외 생산공장 기공식에도 모습을 나타내는 등 전방위적으로 MK를 대신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승계의 방점은 올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 박람회인 전자제품박람회(CES)였다. 정 부회장은 MK를 대신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 표면적인 이유야 자동차 전장부품에 탑재되는 최첨단 IT(정보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 였다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거둔 사상 최고 판매 실적을 뽐내기 위해서라는 게 당시 업계 설명이다.
정 부회장 역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그는 그룹의 전략을 수직계열화로 잡고, 올 상반기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는 등 철강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지배구조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행보는 확실히 다르다. 삼성의 체중을 줄이고 체질마저 변화시킨 이재용. 현대차라는 기업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인재들을 규합해 승부수를 띄우는 정의선.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들 그룹의 3세 경영 승계는 순조로워 보인다”면서 “오너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두 그룹은 다양한 위기에 대응한 방법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등은 창업주보다 더 유능한 경영인으로 국내외 경제계에 이름이 높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선친의 경영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도 두 그룹의 3세 경영 승계를 보는 포인트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