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장율 고성장, 초기 시장규모 적어 성공적 시장안착 미지수
위기일까? 기회일까? 100일 맞은 ETN시장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먼저 숫자만 놓고 보면 고성장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N거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일평균거래량(증권)은 시장개설초기 약 9393에서 8만2567로 거의 8배 넘게 늘었다. 코스피 대비 수익률도 양호하다. 전종목 100일 평균수익률(’14.11.17~’15.2.24)은 2.7%로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코스피200) 1.2%보다 두 배 넘게 많다.
이같은 성장율를 보면 ETN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발부터 자체 파이가 적어 조금만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성장율이 크게 뛰는 착시효과를 빼고 보면 성공이라고 평가하기가 아직 이르다.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발행사, 10종목이 상장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3일 ‘미래에셋 미국 바이백 ETN(상장지수증권, Exchange Traded Note)’을 상장하며 ETN발행사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종목을 통틀어 일평균거래대금은 8.4억원(2월 24일 기준)이다. 그마저도 한국투자증권 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와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 쪽으로 거래가 쏠려있다. 실제 대우로우볼ETN의 경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최근 3월 3일까지 거래대금, 거래량 모두 제로로 극심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발행주체가 증권사인 ETN은 구성종목수, 신용위험 등 몇가지를 제외하곤 기초지수수익율과 연동하고,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점에서 ETF와 흡사하다. 특히 구성종목수는 5종목 이상으로 시장상황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ETF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유연한 투자전략은 발행사인 투자자 입장에서 부메랑이다. ETF와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시장추종형지수, 즉 코스피200을 하나의 지수로 상품화한 코넥스200, 타이거200 ETF처럼 상품설계를 할 수 없다. 다양한 전략, 구조 등 맞춤형 지수로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반면 상품자체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ETN는 합성ETF와 비슷하다”라며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로 일반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극심한 유동성 가뭄, 변동성지수선물 ETN 등 상품라인업 강화 등으로 해소
아이러니한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설계로 기관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지만 정작 기관투자자의 참여는 전무하다는 점이다. 수급주체도 발행사인 증권사와 개인투자자로 쏠린 것도 부담이다. 최근 2월 투자자별 거래비중은 개인투자자 56.62%, LP(증권사 유동성공급) 42.78%에 달한다. 외국인투자자는 0.60%에 불과하며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아예 제로다.
이처럼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미미하고, 극심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발행사가 규모를 늘리거나 상품라인업을 다양화하기에 한계가 있다. 파생운용부 관계자는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일종의 신용상품”이라며 “현행 시장에 발행물량을 소화시키지 못한채 발행, 인수를 거의 증권사가 떠안는 상황에서 추가로 발행규모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전략이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가 쉽지않으며 ETF보다도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결국 ETF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관, 외국인투자자의 참여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같은 비정상적 수급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거래소는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기관맞춤형 투자전략 및 해외사례 소개 등 테마세미나, ETN발행사와 공동투자설명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ELS헤지 등 기관투자자의 니즈가 많은 변동성지수선물ETN도 하반기 도입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자자들에 익숙한 ELS의 경우 ETN과 상품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ELS와 닮은 꼴인 ETN상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복잡하지 않은 상품이 잘팔린다”라며 “사실 ELS와 ETN도 상품설계상으로 크게 차이가 없는 만큼 투자자에 익숙한 ELS와 비슷한 ETN의 상장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단순구조의 ELS형 ETN의 경우 하반기에 도입을 검토중”이라며 “하지만 ELS는 ETN인 지표가치격인 이론가를 15초마다 산출하는 것도 어렵고, 그 수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이같은 이슈가 발생이 적은 상품부터 ELS형 ETN가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