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급락은 매크로변수의 영향이 크다. 특히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무섭다. 미국 WTI 원유 선물이 배럴당 49.95달러로 직전일 대비 2.7% 급락하며 S&P 500 지수 내 에너지 섹터가 4% 가까이 폭락했다. 그 여파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경쟁력이 뒤지는 산유국의 펀더멘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정유 및 소재·산업재 섹터의 동반부진으로 파급되는 모습이다.
그리스의 불확실성도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CXIT: Greece + Exit)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부각되며, 금가격의 반등, 달러 및 엔화 강세, 하이일드 채권가격의 하락 등 안전자산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자금도 주식보다는 채권을, 신흥시장보다 선진시장을 선호하는 기류가 뚜렷해지며, 외국인도 이틀 사이 5557억원어치를 유가증권시장에서 내다팔았다. 이 가운데 유가하락은 긍정적 효과(소비확대)보다 지난 4분기 에너지 업종의 실적악화로 단기적으로 악재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도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한국 4분기 기업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분기대비 10% 증가한 20.5조원을 점쳤다. 하지만 에너지 업종의 순이익 컨센서스는 1개월 전대비 40% 하향 조정되며 큰 폭의 실적하향조정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코스피가 PBR 1배 수준에서 반등을 되풀이한 만큼 추가하락은 제한적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펀더멘탈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본다면 코스피 1800p 초입(확정실적 기준 P/B 1배 수준) 구간은 시장의 단단한 하방 지지선으로 설정이 가능하다”라며 “유가와 실적 변수, 그렉시트 및 러시아 리스크의 현실화 정도에 따라 인덱스의 출렁임은 확대될 수 있겠으나, 파장은 1800선에 제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투자전략팀장은 “50달러를 내준 유가와 그리스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글로벌 증시를 다시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추가적인 악재의 결합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Trailing PBR 1배인 1860선을 지지선으로 설정한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