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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계 카드사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난감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4-08-10 20:56 최종수정 : 2014-08-11 15:09

은행 등 제휴 금융사 상품 판매 외면으로 실적 바닥
방카처럼 일정부문 의무판매토록 창구지도 요구해야
금융당국 ‘특정상품 의무판매 시장 왜곡 우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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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계 카드사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난감
“돈이 안 되는 건 둘째 치고 잘 나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삼성카드 고위 관계자

지난해 이어 체크카드 인기가 파죽지세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체크카드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전체 카드 사용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이처럼 체크카드 사용실적은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 3사는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체크카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제휴사의 외면 등으로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은행계 카드사의 독점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는 등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격으로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들 카드 3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기업계 카드사들은 은행 창구에서 계열 신용카드회사의 체크카드만 판매하지 말고 기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판매를 일정 비율만큼 의무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기업계 카드 3사, 체크카드 이용실적 역성장 어떡하나

정부의 세제혜택 확대 등에 힘입어 체크카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판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일부 기업계 카드사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NH농협카드 등 국내 주요 카드사 8곳의 상반기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43조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34조4200억원과 비교하면 25.7% 늘어난 것이다. <본지 8월4일자 ‘NH농협카드 체크카드 이용실적 신용카드 추월’기사 참조>

하지만 삼성카드 등 기업계 카드 3사의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1조1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600억원)에 비해 6.3%(800억원) 줄었다. 이들 3사의 체크카드 실적 합계는 NH농협카드(12조2400억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로 인해 기업계 카드 3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3.0%) 보다 0.7%p 떨어진 2.3%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용판매 부문 시장점유율은 삼성 카드(15.4%) 현대카드(14.3%) 롯데카드(8.0%) 등 총 37.7%로 NH농협카드(6.4%)의 5.9배에 이른다. 사실 이들 기업계 카드 3사는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꾸준히 시중은행들과 제휴를 맺으며 체크카드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했지만 사실상 고객확보에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계 카드 3사가 신한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 보다 체크카드 유치 채널 부족에 의한 발급 저조, 추가 수수료 지급에 따른 부가서비스 열세, 은행과의 제휴 어려움 등 근본적인 경쟁력에서 열세다.

이에 대해 某(모) 기업계 카드사 마케팅본부장은 “체크카드는 보통 계좌 발급과 함께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데 계열 카드사 체크카드가 아닌 타 카드사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은행이 있겠냐”며 “현재는 더 이상 체크카드 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도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체크카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은행의 비협조 등으로 판매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가령 기업계 카드 3사 가운데 체크카드 실적이 가장 큰 삼성카드의 경우 올 상반기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지난해 상반기(6800억원)보다 800억원 줄어든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삼성카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등 일부 제휴사들과의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과의 체크카드 제휴가 종료되면서 이들 제휴사가 삼성카드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체크카드를 많이 발급하면서 실적이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카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카드사의 올 상반기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1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00억원)에 비해 400억원 감소했다. 기업계 카드사 한 관계자는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체크카드는 수익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계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존 고객을 은행계에 뺏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체크카드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수익 창출이 어려운 만큼 다양한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소득공제 확대 등 활성화 정책에 방카처럼 의무판매 요구

이처럼 기업계 카드 3사가 체크카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사용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키로 했다.

‘2014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상반기의 체크카드·현금영수증 본인 사용액이 2013년 사용분의 50%보다 증가한 경우 40%를 공제 받을 수 있게 된다.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40%로 높인 것이다.

현대카드 한 관계자는 “체크카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늘어날수록 기업계 카드사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체크카드 발급을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금카드를 겸한다는 특징 때문에 은행계 카드사들과 경쟁이 상당히 버겁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계 카드 3사는 ‘체크카드 25%룰’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은행 창구에서 계열 신용카드회사의 체크카드만 판매하지 말고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의 체크카드 판매를 일정 비율만큼 의무화해 달라는 것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방카슈랑스 25%룰’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를 추진 중이지만 기업계 카드사들은 마땅한 판매 창구가 없어 점유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카드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구조적으로 안정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은행 방카슈랑스의 ‘25%룰’(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정)처럼 은행 창구에서 일정 비율만큼 기업계 체크카드 상품을 판매토록 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의무판매 여부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체크카드는 방카슈랑스와 성격이 달라 특정 상품 의무판매는 시장 왜곡을 가져올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오홍석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카드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 기업계 카드사가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도 검토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받고 있는 체크카드 계좌유지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카드업계에는 마케팅 비용과 VAN(결제대행업체) 수수료의 인하를 통해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만약 금융당국의 이 같은 정책이 추진될 경우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현행 1.5%에서 1%대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중소금융과 이윤수 과장은 “우선 은행이 받고 있는 체크카드 계좌유지 수수료(0.2%)를 인하하도록 유도하고, 카드업계에는 마케팅 비용과 밴(결제대행업체) 수수료의 인하를 통해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좌 유지 수수료는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가 은행 계좌를 이용하기 위해 은행에 내는 비용으로 결제금액의 평균 0.2% 수준이다. 신용카드는 계좌 유지 수수료가 없다. 지난해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92조7000억원으로 계좌 유지 수수료를 0.1%p 낮추면 카드사는 연간 약 900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은행에 내야 하는 비용을 줄인 다음 카드사가 체크카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낮출 계획이었다. 일부 은행이 계열 카드사로부터 0.04~0.1%의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2년에도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한다며 계좌 유지 수수료율을 0.5%에서 현재 수준으로 줄였는데 몇 년 만에 또 줄이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계 카드사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체크카드를 발급할 때 카드사로부터 받는 계좌제휴 수수료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사 계열 카드사에는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두 배가량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 계열사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내 은행들은 카드사에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경우 계좌를 이용하도록 하는 대신 일종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수수료는 은행별로 다르지만 대개 자사 계열 카드사에는 업무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0.04~0.1%대의 수수료를 받고 있고 자사 계열이 아닌 다른 카드사에는 제휴 수수료로 0.2%가량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의 불필요한 지출 비용이 많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 같은 수수료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자사 계열 카드사에는 거의 받지 않거나 낮은 비율로만 수수료를 적용하는 데 반해 타 카드사에는 대부분 이보다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어 특혜라는 것이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경우 계열 카드사에는 0.1%대의 수수료를 받지만 삼성카드에는 0.2%를 받고, 하나은행은 계열카드사에는 0.15%로 롯데· 현대카드에 받는 0.2%보다 낮은 수수료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계 카드사는 최근 체크카드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계좌 수수료 구조도 장기적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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