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한·삼성카드 이어 3번째 할부금융 시장 진출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카드가 내달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 카드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대출이나 수수료 수익이 줄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2월 17일부터 3개월간 신규 영업이 중단되면서 분기 실적 기준으로 취급액이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1분기 카드 이용액은(신용판매+ 카드대출)은 12조60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8528억원)에 비해 246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카드 이용실적 가운데 신용판매 실적은 9조5573억원이며, 현금서비스(1조3970억원)와 카드론(6441억원) 등 카드대출은 2조411억원이다. 취급액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9.0%다. <표 참조>
유통 부문에 강점을 지닌 롯데그룹 계열 카드사가 그룹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할부금융 업계는 물론 카드사까지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실 할부금융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캐피탈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난 2012년부터 신한은행 등 은행권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카드사로서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3번째다.
국내 할부금융업은 신차와 중고차, 산업재 및 일반 내구재 등의 상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롯데카드는 이 가운데 자동차와 내구재 부문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차 할부금융, 종합 CA와 제휴 확대 통해 운영할 예정
롯데카드는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에이전시 위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처럼 전담CA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종합CA는 여러 할부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자동차 할부금융 고객모집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홍동문 롯데카드 할부금융 팀장은 “자동차 할부금융을 4년 만에 재개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시작할 방침”이라면서 “현재 전담팀 인력이 12명인 관계로 종합CA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카드사 가운데 전담CA 조직을 갖고 있는 신한카드는 자동차 할부금융 영업을 통해 연간 200~3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조9700억원이며, 자산 기준으로 국내 할부금융 시장점유율 5위 수준이다.
이와 관련 오태준 신한카드 오토금융 팀장은 “250여명 안팎의 전담 인력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취급사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 할부 시장은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와 특수관계를 이용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아주캐피탈이 뒤를 쫓는 상황에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롯데카드까지 진출하면서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업의 경우 치열한 경쟁구조 탓에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롯데카드의 행보는 이례적”이라고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홍동문 팀장은 “시작도 전에 과열경쟁이라고 보기에는 조심스럽다”면서 “앞으로 업계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와 전략적 제휴 통해 내구재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 만큼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기기 등 내구재 상품도 취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 하이마트 등과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은 취급사 간의 과열 경쟁으로 우려가 많은 만큼 롯데카드는 그룹 계열사와 제휴를 통해 ‘내구재 할부금융’을 전략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례로 삼성카드의 경우 차 할부금융 시장 과열 등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내구재 위주로 할부금융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롯데카드는 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할부금융상품 공동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롯데쇼핑이 지난해 10월 자회사로 편입한 하이마트에서 OLED TV나 냉장고 등 고가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장기(24~36개월) 할부금융 서비스 제공 논의도 마쳤다.
홍동문 팀장은 “롯데그룹이 지닌 유통망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내부재 할부금융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 신용판매의 할부 서비스보다 할부금융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게 홍 팀장의 설명이다. 현재 신용카드 할부서비스는 24개월 기준 연 금리가 최대 20%대 수준이다. 반면 할부금융 서비스로 가전 등 내구재를 구매할 경우 금리가 연 10%대 초반에 책정된다.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내구재 할부금융 진출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캐피탈사가 취급하는 내구재 할부금융은 의료기나 생산설비 등에 국한됐다. 롯데카드는 기존 카드 고객층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쇼핑업종에서 사용이 잦은 점 등을 감안해, 가전제품 등 생활과 밀접한 소액 물품을 중심으로 할부금융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카드 주요 영업실적 추이 〉
주1)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