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KB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의 경우엔 소매금융 사업비중이 이미 90%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왜냐하면 금융당국이 캐피탈사의 관행을 바꿔 소비자금융 비중을 줄이고 대신 본업인 기업금융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법안 시행령을 개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만약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하반기쯤 시행될 경우 이들 캐피탈사의 사업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신차금융 활성화 통해 소매금융 확대
지난 3월 KB금융지주 계열사로 새롭게 출범한 KB캐피탈은 올해 리테일 사업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신차금융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기존 수익성 자산을 우량자산 위주로 자산 구성을 재편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B캐피탈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영업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다”며 “과거 우리금융지주 편입당시 보다 연계영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손율이 낮고 안정적인 취급액 확보가 가능한 자동차금융 부문을 더욱 강화해 소매금융 영업자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업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연말 영업자산 규모는 지난해(3조8147억원) 10% 정도 늘어난 4조19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소매금융 영업자산 비중은 93%(3조9025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실 KB캐피탈(전 우리파이낸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금융을 축소하고 자동차할부와 개인 신용대출 등 리테일 부문에 영업력을 집중해 소매금융사업 비중을 2009년 64.5%에서 2010년 70.0%, 2011년 81.2%, 2012년 83.9%, 2013년 89.5%, 2014년 1분기 91.0%(잠정치) 등 꾸준히 늘렸다. <표 참조>
이 가운데 2009년 취급실적이 6580억원에 불과했던 자동차 할부금융과 오토론은 그동안 넌 캡티브(Non-Captive) 시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한국GM, 쌍용차 등과의 할부금융 제공 업무협약을 체결 통해 안정적인 영업성과를 거둬 지난해 2조2766억원까지 급증했다.
여기에 자동차리스 자산(5633억원)까지 포함하면 자동차금융이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4%나 된다. 4년 사이에 27.2%p나 늘어난 것이다.
또 개인 신용대출과 개인 주택대출 등 개인대출도 2009년 말 26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이처럼 리테일 사업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자회사인 마힌드라파이낸셜사와의 합작으로 캐피탈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번 합작사업은 현대캐피탈과 현대·기아차 간의 관계와 같은 캡티브 채널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 판매실적의 50%를 취급한다고 가정할 때 올해 영업자산 성장률은 10.3%, 순이익은 6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한이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KB캐피탈이 기존에 해 오던 우리금융지주와 연계영업이 전부 없어진다고 가정해도 올해 순이익은 6.2% 증가한다”며 “이 경우에도 570억원대의 순이익 달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2009년 말 6212억원이었던 기업대출 실적은 지난해 316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기업금융 영업자산 비중은 2009년 35.5%에서 지난해 10.5%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KB캐피탈뿐만 아니라 현대캐피탈과 아주캐피탈도 소매금융 영업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게다가 신한캐피탈, KDB캐피탈 등 기존 기업금융 위주로 사업을 영위했던 캐피탈사도 지난해 이어 리테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 기업금융 위주 전환 정책개편과 달라 향후 사업재편 불가피
일반적으로 캐피탈사가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면 기업금융으로, 중소기업이나 개인이면 리테일로 분류된다. 즉 기업금융 사업이 수십억대의 기업대출을 적은 거래건수로 다루는 반면 리테일은 중소기업이나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자동차금융 등 작은 액수의 거래를 많이 해 수익을 남긴다.
KB캐피탈을 비롯해 캐피탈사들이 리테일 사업확충에 나서는 일차적인 이유는 기업금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실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과 해운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선박금융 거액여신의 대형부실로 캐피탈사들은 최근까지 부실 털어내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 때 기업금융 포트폴리오가 90%까지 확대되기도 했던 신한캐피탈은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대규모 부실처리로 지난 2년동안 1560억원의 대손비용을 처리해야 했다.
여기에 기업대출은 은행권과 시장이 겹치고 여전한 경기부진으로 수요 또한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신용평가 시스템이 이전보다 정교화돼 리테일 사업을 확대하는데 따른 건전성 관리가 수월해진 점도 캐피탈사의 리테일 확대를 돕는 요소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당국이 캐피탈사들이 개인 소매금융에서 기업금융 위주로 활성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시설리스 등에 주력했던 캐피탈사들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개인이나 자동차금융에 주력하게 돼 이를 기업금융으로 다시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관련법안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 금융당국은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런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캐피탈 사들은 이른바 ‘50% 룰’에 따라 신용대출 잔액이 총여신의 50%를 넘어선 안 된다. 금융당국은 시행령을 개정해 이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이 비율이 40%로 줄면 캐피탈사들은 신용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해 본업인 할부·리스 자산이 늘어야 신용대출을 늘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올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2분기나 하반기쯤 시행될 전망이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개정안이 반영되면 캐피탈사들이 신용대출을 줄이고 기업금융에 특화된 금융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일부 캡티브 캐피탈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다른 업권과 차별화하지 못한 채 경쟁에 매몰돼 있다. 특히 캐피탈사간의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금융엔 은행과 보험사가 이미 진출해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으며, 신금융업 역시 벤처투자 부문에서 창투사에 밀리고 있고 자동차를 제외한 내구재 할부금융은 이미 카드사에 대부분 시장을 빼앗겼다.
이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사를 제외한 할부금융, 리스, 신기술금융사 등 여전사의 칸막이를 허물고 여신전문금융업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환위기 전 할부, 리스 등 캐피탈 업계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여전업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여전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여전사의 자동차금융 시장 의존도가 외환위기 이전 30%에서 지금은 90%로 확대됐다”며 “여전사가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라는 설립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수 금융위 중소금융과장도 “여전업을 카드업과 기업전문 여신업으로 (현재 여전법 내에서) 양분하는 작업은 정부에서 여러 번 공표했던 바로 입법예고 등 관련법 개정을 상반기 중 착수할 계획”이라며 “국회통과가 안 될 경우 기업금융 제고를 위해 현행법규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하위법규를 손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전사 규모, 양태 등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해 구분을 터서 똑같이 대접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 있는 업체들을 다 수용하면서 새로운 라이선스 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추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하반기쯤 시행될 경우 신용대출 등 소매금융 사업비중은 일부 캐피탈사들은 사업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