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현대캐피탈, 효성캐피탈 등 일부 캐피탈사는 수입 신차 리스영업을 잠정 중단하는 한편, 사업철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캐피탈사 역시 취급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계획하고 있어 올해 캐피탈업계의 수입 신차 리스계약 규모가 줄어들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 수입차 캡티브 리스사들 실적 고공행진
수입차 오토리스(Auto-Lease)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입차 오토리스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19.6% 증가한 15만6497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사상 최대치다. 특히 고가 브랜드의 독일차가 10만5580대가 팔려 무려 67.5%를 차지했다. 이는 2012년 판매실적 8만3578대 보다 26.3% 성장했고, 점유율은 63.9%에서 3.6%p 상승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 계열 전속 리스사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독일차 BMW의 전속 여신전문금융회사인 BMW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영업수익(제조업체 매출에 해당)은 6225억7476만원으로 1년 전 5725억6693억원 보다 25% 늘었다. 영업수익에서 두드러진 것은 리스수익 때문이다. 지난해 리스수익은 5087억원으로 전년 4749억원과 비교해 338억원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영업이익은 409억원으로 전년 701억원 보다 줄었다. 비용이 늘고 판매비와 관리비가 늘어난 게 이유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수익은 3675억원으로 전년 3672억원 보다 3억원 늘었다. 주요 수익원인 리스에서 5088억원, 할부금융에서 32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2010년에 설립된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 역시 지난해 영업수익이 1887억원으로 전년 583억원 보다 223%나 급증했다. 수입차 캡티브 파이낸셜사의 한 관계자는 “독일 3사 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속 파이낸셜회사 실적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입차 판매 급증 영향에 국내 오토리스 시장 커져
이처럼 수입차 캡티브 파이낸셜사의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리스시장도 커졌다. 여신금융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자동차리스 실적은 4조9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4287억원 보다 4847억 원(10.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이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신차 리스는 4308억원(10.4%) 증가한 4조1312억원을, 중고차 리스는 539억원(18.1%) 증가한 351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 가운데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수입 신차 리스취급 부문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업력을 자랑한다. 사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을 상대로 한 설비리스 영업에 치중해 수입차 리스시장 규모가 6위 수준에 불과했으나, 주요 수입차 딜러 7개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 PB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려 국내 캐피탈사 가운데 수입 신차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오토리스 취급실적은 3907억원으로 1년 전 보다 744억원 늘어났다.<표 참조>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카드 역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층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VIP 카드회원을 대상으로 마케팅도 확대하면서 지난해 오토리스 취급실적이 3107억원으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다.
KB캐피탈 또한 중고차 리스부문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국산차를 포함한 오토리스 실적이 4276억원을 기록, 전체 실적에서 하나캐피탈을 제쳤다. 이밖에 메리츠캐피탈, JB우리캐피탈, kt캐피탈 등도 수입차 리스의 취급 확대를 특별유예 금융리스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도입,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 수입 신차 리스는 이미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
이처럼 수입차 오토리스시장을 놓고 취급 여전사 간의 피 튀기는 영업전쟁을 전개하면서 과도한 출혈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수입차 영업을 직접 할 수 없는 캐피탈사들은 취급을 확대하기 위해 딜러들에게 과도하게 수수료를 올려주면서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A캐피탈사 CEO는 “수입차 오토리스 영업이 심화되면서 캐피탈사가 수입차 영업딜러들에게 주는 수수료를 8~9%대까지 올렸고, 딜러들은 직접 판매보다 수수료가 높은 리스판매에 더 매달리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5~6% 에서 50% 가까운 딜러 수수료 증가율은 캐피탈사 부담으로 돌아갔다.
현재 취급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수입 신차 수익률은 1% 미만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서울소재 중소형 캐피탈사 사장은 “노마진 구조로 바뀐 수입 신차 리스시장은 업계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고 설명한 뒤 “회사채 발행이 안 되는 캐피탈사 입장에선 대손충당금과 일반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나 하나캐피탈의 경우에도 1년짜리 회사채 발행금리가 3.8%대로 비교적 낮지만,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은 취급 금융회사 간의 경쟁 과열 등으로 여전히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대손충당금(차량가의 0. 5% 적립)과 일반관리비(차량가의 1.0%) 등을 포함할 경우 수익률은 1% 미만이다.
결국 제살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 등으로 캐피탈사만 손해를 보고 있는 반면 수입차 영업딜러만이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금융감독원의 지도로 취급수수료가 폐지되면서 수익률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입차 신차 리스시장을 둘러싼 수익구조가 취약해지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취급 캐피탈사가 사업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현대캐피탈과 효성캐피탈이 지난달 수입 신차 리스영업을 중단했다.
현대캐피탈은 수입 신차 리스의 취급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메리트가 이미 상실된 만큼 캡티브사로써 국산차 리스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아래 이 사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캐피탈 역시 수입 신차 리스취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해 최근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이 지난해 연말 수입 신차 리스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사업 지속여부를 심도 있는 논의해 최근 사업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부 캐피탈사가 수입 신차 리스시장에서 영업을 중단하거나 사업을 철수하면서 다른 캐피탈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중소형 캐피탈회사 한 CEO는 “안정적인 취급액 확보가 가능하고 대손율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마진이 박해 총자산순이익률(ROA)이 1% 미만으로 타이트한 수익구조 때문에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 지 고심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캐피탈회사 사장도 “아직까지 수입 중고차 리스 사업은 수익률이 비교적 괜찮아 신차 리스영업 중단을 미루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금융지주계열 캐피탈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 역시 수입 신차 취급규모를 줄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올해 수입 신차 리스시장에도 구도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주요 취급사별 오토리스 실적 현황 〉
(단위 : 억원)
주1) 오토리스 실적은 국산+수입차 포함
(자료 : 각 사)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