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모건, 씨티 등과 함께 발행주간사를 맡았을 뿐 아니라 금융자문을 수행한 산업은행의 시도는 발행예정 규모의 7배에 이르는 35억 달러어치 주문을 끌어 모으며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미화 500만 달러 규모로 목표 금리 3.5%보다 17bp 낮춘 3.328%로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싱가폴 시장에 상장했다. 만기 30년에 연장이 가능하고 5년 뒤엔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환매(콜 옵션 행사)할 수 있고 만약 환매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사들여 달라고 청(풋 옵션 행사)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이다. 투자자들이 풋 옵션 권한을 행사하면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신용공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 국내 대표적 은행들이 신용공여에 동참한 데다 앞서 우리 국가신용등급과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올랐던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콜/풋 옵션 행사 기점이 되는 5년이 지나면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조건이지만 신종자본증권으로서 ‘영구채(Perroactual Bond)’를 지향하고 있어 우여곡절 끝에 발행하는 기업의 자본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 때 “성격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없고 부채로 간주해야 한다”는 역풍이 일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의 검토 결과 최종적으로 성사함에 따라 고무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강만수 산업은행장은 5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채권발행을 위한 최종 사인을 마친 뒤 “세계 격변기에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는 장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일신한 뒤 공격적 행보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은행 김영식 기업금융2실장은 “신종자본증권은 지배구조 변동 없이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덩달아 낮추는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같은 방식을 활로 삼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국내 은행권의 기업금융은 장기화 거액화 모델로 나아가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효과도 부각되고 있다.
▲ 두산인프라코아 신종자본증권 영구채 발행을 마친 뒤 핵심관계자들이 함께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산은 류희경 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강만수 산업은행장, 박용만닫기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