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한시적으로 상생금융 상품을 내놓거나 연체채권을 소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포용금융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신용평가·여신심사·성과관리 체계에 상시적으로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저신용자에게 공급되는 새희망홀씨 규모는 2025년보다 2조원 늘리고, 과거 연체기록 때문에 금융권에서 장기간 배제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연체이력 활용기간도 단축한다. 장기연체채권 정책 역시 일괄적인 채권 소각을 넘어 채무조정과 복지·고용 지원, 제도권 금융 복귀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은행 포용금융 실적 평가…전담 최고책임자 CIFO 도입
금융위는 15일 업무보고를 통해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중심으로 민간 금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핵심은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와 포용금융최고책임자(CIFO·Chief Inclusive Financial Officer) 도입이다. 종합평가는 올해 은행권에 우선 도입한 뒤 2027년 보험·카드·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전 금융업권으로 확대한다.
CIFO는 금융회사 내부에서 포용금융 전략 수립과 추진, 관련 내부통제 등을 총괄하는 담당 임원이다. 취약계층 지원이 사회공헌부서나 개별 영업조직의 일회성 사업에 머무르지 않도록 경영진에게 명확한 책임을 부여하는 장치다.
금융위는 종합평가 결과를 금융회사 감독과 인센티브 체계에도 연계할 방침이다. 포용금융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임직원이 향후 건전성 악화나 손실 발생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건전성 규제를 합리화하고 면책 근거도 마련한다.
금융회사가 발표한 지원 금액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금이 중·저신용자와 취약계층에게 공급됐는지, 채무조정과 신용회복으로 이어졌는지까지 평가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새희망홀씨 4조→6조…“한 번 연체했다고 계속 배제하지 않겠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민간 금융상품도 확대한다.
은행권 새희망홀씨 공급 규모는 2025년 4조원에서 2028년 6조원으로 2조원 늘어난다. 연도별 목표는 2026년 5조원, 2027년 5조5000억원, 2028년 6조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 목표 비중도 2028년까지 35%로 높인다.
저축은행과 은행이 공동으로 중·저신용자 특화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는 사잇돌대출 3조6000억원과 민간 중금리대출 28조3000억원을 합한 31조9000억원으로, 기존 계획보다 1조1000억원 확대됐다.
금융위는 특히 개인신용평가가 과거의 부정적 금융이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평가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대안신용평가 활용을 확대하고 연체이력 활용기간을 줄이는 한편, 통신비·공공요금 납부와 소득 흐름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현재의 상환능력과 상환 의지를 평가한다. 과거 한 차례 연체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출 심사에서 장기간 불이익을 받는 구조를 완화하고, 신용취약계층을 미리 발굴해 채무조정이나 금융지원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서민금융 ‘연간 예산’ 한계 보완…100만원·금리 4.5%·10년 대출 신설
정책서민금융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서민금융안정기금을 도입한다.현재 정책서민금융은 정부 예산과 금융회사 출연금에 의존해 상품을 신설하거나 공급량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금융위는 서민금융법을 개정해 기금을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기존 예산의 30% 범위에서 상품을 탄력적으로 신설하거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새로운 취약계층 대출상품도 마련한다. 대면심사를 거쳐 100만원을 연 4.5% 금리, 최장 10년 만기로 빌려주는 구조다. 연체정보를 통해 생계위기 징후를 발견하면 복지서비스로 연결하고, 매달 1만원씩 성실하게 갚은 이용자는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햇살론 특례보증 이용자의 실질금리를 이자 환급을 통해 12.5%에서 6.3% 수준으로 낮추고 햇살론유스 공급도 확대한다. 5대 금융지주와 기업계 미소금융재단의 기부금을 활용한 청년·플랫폼 종사자 특화상품도 개발한다.
‘채권 회수’보다 채무자 재기…20년 이상 공공채권 일괄 소각
연체채권 관리의 기준도 채권 회수 극대화에서 채무자 재기 지원으로 이동한다.금융위는 새도약기금을 통해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연체채권 10조4000억원을 매입해 88만5000명에 대한 추심을 중단했다. 이 가운데 사회취약계층 등이 보유한 2조3000억원, 26만9000명분 채권은 별도 상환능력 심사 없이 우선 소각했다.
5대 금융지주의 개인 연체채권 소각 규모도 지난해 상반기 407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521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1조1354억원을 추가로 소각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2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소각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와 반복적인 채권 매각 제한,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공시송달 특례 폐지를 추진한다. 매입채권추심업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부실채권 유통시장에 대한 규율도 강화한다.
청년 자산형성·소상공인 재기까지 연결
청년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체감형 지원도 확대한다.청년미래적금을 통해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금융교육·재무상담을 연계한다. 금리와 보증료를 우대한 청년창업 전용 정책금융상품을 공급하고, 대안정보를 활용해 금융이력이 부족한 청년과 외국인의 신용카드 발급 문턱도 낮춘다.
소상공인에게는 매출과 업종, 상권정보 등을 활용해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8월부터 16개 은행, 2조원 규모 대출에 적용한다. ‘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는 10조5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확대하고, 새출발기금 신청기간은 2027년까지 연장한다.
이번 업무보고의 포용금융 정책은 취약계층에게 자금을 한 번 공급하거나 부실채권을 일괄 소각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금융회사의 책임자와 평가체계, 신용평가 방식, 채권관리 원칙을 함께 바꿔 금융 배제가 반복되는 구조 자체를 손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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