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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승계‧보상’ 기아, 처분의 딜레마 [자사주 리포트]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09 15:46

매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비율 0~1% 관리
자사주 소각 시 정의성 회장 지분가치 상승 효과
승계 과정서 자금원 및 지분 스왑 활용 가능성
임직원 보상 활용 확대 요구, 주주가치 제고 희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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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기아가 자사주 처리를 두고 복잡한 셈법에 놓였다. 자사주 비율은 0.46%로 낮은 수준이지만,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승계 자금, 그룹 지배구조 개편, 주주환원 등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다. 최근에는 자사주 처리 방안을 두고 임직원 보상 활용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기아가 보유한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평가와 그룹 지배구조, 그리고 내부 노사 관계의 향방이 완전히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기아 자사주 0.46%와 정의선 승계 상관관계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아 자사주는 181만273주로 총발행주식(3억9041만2998주)의 0.46% 수준이다. 이는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기아는 주주환원 목적으로 매년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그중 2500억원을 소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자사주 비율을 0~1%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은 유통되는 주식 총수를 줄여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주당순이익(EPS)과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정부도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기업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고,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기아가 보유한 자사주 비율은 적은 편이지만 향후 처리 방안에 따라 정의선 회장의 승계와 향후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정의선 회장이 직접 보유한 기아 지분율은 1.81% 수준으로 매우 낮다. 기아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가진 주식 수가 그대로여도 지분율이 소폭 상승하는 이른바 ‘모수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직접 지분율 자체가 미미해 소각만으로 정의선 회장의 기아 직접 지배력이 극적으로 강화되지는 않는다.

진짜 핵심은 지분율 숫자의 상승보다 ‘지분 가치의 상승’이다. 정의선 회장의 기아 지분 규모만 놓고 보면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항상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승계자금 마련 이야기에서는 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현대차 → 기아 → 현대모비스 → 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그룹의 실질적인 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는 현대모비스다. 정의선 회장이 향후 안정적인 그룹 총수로서 지위를 굳히고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18.15%)을 매입하거나, 시장에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약 5~6조 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가치가 상승한 기아 지분은 정 회장에게 훌륭한 ‘승계 실탄’이 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기아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이를 현대모비스 지분과 스왑(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아의 자사주 소각은 시장의 주주환원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정의선 회장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해 그룹 승계와 순환출자 지배구조 해소를 완성하는 간접적인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노조 “자사주 보상 활용 확대하라”

문제는 올해 기아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고 처분하겠다’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변수가 생겼다. 상법 개정안의 ‘임직원에 대한 보상 및 스톡옵션 지급 등 정당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 해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 때문이다.

실제 기아는 최근 매입한 자사주 중 일부를 임직원 보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일부 임원진 보상에만 머무르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아 사측은 송호성닫기송호성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 164명에게 책임경영 강화와 성과 보상 명목으로 총 91억 원 규모(약 5만3000주)의 자사주를 지급했다. 임원 1인당 평균 약 56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보너스로 받은 셈이다. 사측은 시장에 매물이 한꺼번에 풀려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주식에 ‘1년간 매도 제한(보호예수)’ 조치를 걸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측은 사측이 주총에서는 전체 ‘임직원’을 핑계로 자사주 소각을 피하더니,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임원 160여 명에게만 수천만 원씩 주식 잔치를 벌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이를 경영진의 명백한 ‘성과 독점’으로 규정하고, 일반 조합원들에게도 동등한 수준의 자사주 보상이나 이에 상응하는 특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과 맞물려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조합원들의 정당한 성과급 요구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정작 경영진들은 자사주 예외 조항까지 활용해가며 주식 보너스를 챙겼다”며 “이번 임단협에서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성과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시 자사주 전량을 임직원 보상으로 활용하는 만큼 주주환원 효과는 희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두고 “기아의 자사주는 단순한 재무제표상의 숫자를 넘어 주주와 노조,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등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엮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과감하게 전량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고,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실탄 가치를 높이는 것이 거시적인 그룹 전략에 부합한다”면서도 “하지만 사측이 당장의 자산 유지를 위해 선택한 임직원 보상 카드는 내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생산 현장 리스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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