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이 금융감독원 공모 회사채 발행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업들의 평균 조달금리는 3.849%로 전년 동기(3.464%) 대비 38.5bp (1bp=0.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조달금리는 개별 기업이 만기별로 발행한 회사채의 발행금리에 각 발행금액을 가중치로 적용해 산출한 수치로, 기업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실질 이자비용 수준을 의미한다.
AA- 회사채 3년물 74bp 급등…2년 만에 4%대 돌파
작년 1분기는 계엄 사태와 트럼프닫기
트럼프기사 모아보기 2기 출범에 따른 관세 리스크가 맞물린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반대로 시장금리는 상승하는 악재 속에서도 발행 규모는 32조 원대를 유지했다. 반면 올해 1분기 발행액은 22조 1107억 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10조 원 가까이 감소했다. 극심한 혼돈 속에서도 버텼던 작년과 달리 올해 시장의 위축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을 시작으로 중동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유가 및 환율(1500원 선) 급등 등 월별 악재가 이어지며 분기 내내 금리 상방 압력이 지속됐다.
이처럼 척박해진 환경 속에서 우량사와 비우량사 간의 희비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1분기 전체 평균 경쟁률은 5.39대 1을 기록했으나, 한화비전과 HL홀딩스가 17대 1을 상회하는 흥행을 기록한 반면, 중앙그룹 계열사들은 7~8%대 고금리 제시에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금리 흐름을 보면 국고채 3년물은 연초 2.935%에서 출발해 3월 23일 3.617%까지 치솟았다.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역시 연초 3.459%에서 3월 23일 4.197%로 정점을 찍으며 분기 중 약 74bp 급등했다. 회사채 금리가 4%대를 돌파한 것은 2024년 4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한화·HL 등 우량채 '수요 폭발'… 방산·수출 기업 약진
1분기 수요예측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은 곳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그룹은 7개 계열사가 발행에 나서 최초 모집액(1조 700억 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10조 4240억 원의 유효수요를 끌어모았다. 특히 한화비전(A+)은 17.8대 1의 경쟁률로 1분기 전체 1위에 올랐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9대 1), 한화에너지(11.3대 1) 등 계열사 전반이 흥행에 성공했다.HL홀딩스(A)가 600억 원 모집에 1조 360억 원을 확보해 17.3대 1로 단일 기업 기준 전체 2위에 올랐다. 최종 발행액은 최초 모집액의 두 배인 1200억 원이었다. 한국콜마(11.5대 1), GS파워(10.5대 1) 등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복수 발행사를 둔 그룹 중에서는 한화에 이어 GS(8.0대 1), 한솔(7.7대 1), 대신금융(7.3대 1), LG(6.7대 1), 신세계(6.1대 1) 순으로 높은 자금 유치력을 보였다.
조달 비용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가중평균 금리 3.482%를 기록하며 주요 그룹 중 가장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신세계(3.547%), CJ(3.596%), 한화(3.619%)가 뒤를 이었다.
반면 포스코그룹은 주요 그룹 중 가장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석탄발전 사업 비중이 높은 삼척블루파워(A+)의 ESG 배제 이슈 여파로 그룹 평균 금리가 4.312%까지 높아졌다. 발행 규모 1위인 SK그룹(4.068%) 역시 SK에코플랜트와 SKC 등 A급 이하 계열사 비중이 높아 평균 금리가 높게 형성됐다.
방산·에너지 계열사들의 흥행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석유화학 등 내수·전통 제조업은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크레딧 시장 내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한편 한국전력 계열사인 SE그린에너지는 한국남동발전의 지급보증을 등에 업은 AAA 등급임에도 0.38대 1이라는 1분기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ESG 이슈(석탄발전산업) 등 산업 특성 자체가 투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미매각 늪에 빠진 미디어·BBB급… 커지는 신용 경계감
실적 불확실성이 큰 비우량 기업들은 고금리 전략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중앙그룹은 3개 계열사의 가중평균 경쟁률이 0.96대 1에 그쳤다. 광고 시장 위축과 재무 구조 악화 여파로 중앙일보(BBB)와 에스엘엘중앙(BBB)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며 가중평균 금리가 7.761%까지 치솟았다.
과거 연이은 미매각을 겪었던 이랜드월드(BBB)는 이번 수요예측에서 1.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미매각을 피했다. 하지만 6.7%라는 고금리를 감수해야 했고 수요 모집 규모도 크지 않아, 비우량채에 대한 시장의 높은 경계감을 재확인시켰다.
변제 순위가 낮고 만기가 긴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도 외면받았다.
흥국화재(A) 후순위채는 5.5%의 고금리에도 수요예측 결과 0.85대 1의 경쟁률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청약일 추가 청약 가능성 등을 감안해 최초 신청액인 1000억 원을 발행하긴 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신용 리스크가 높은 자본성 증권 투자를 꺼린 결과로 보인다.
월별 악재 겹친 1분기… 4월 대규모 만기 앞두고 보수적 접근 필요
올해 1분기 금리 상승은 월별로 뚜렷한 원인이 있었다. 1월에는 금통위 만장일치 동결로 시장의 인하 기대가 꺾였고, 반도체 수출 개선 기대와 주가 상승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금리를 밀어 올렸다. 2월에는 일본 금리 급등 등 대외 변수와 한국은행의 시장 개입 가능성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3월에는 중동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긴축 전환 우려가 부각됐고, 신현송 BIS 국장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소식까지 더해지며 금리는 분기 최고점까지 치솟았다.다만 단기자금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CD·CP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대규모 CP 및 전단채 순발행에도 금리가 안정적으로 소화되고 있다. 여기에 4월부터 본격화된 WGBI 추종 자금 유입과 금융당국의 채권시장 안정 조치도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분기에는 연중 최대치인 약 46조 7000억 원 규모의 크레딧 채권 만기가 예정되어 있어 차환 발행 수급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차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변동성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단기·우량물 중심의 선별적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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