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공장의 불을 끄고 로봇을 켜라 : 다크 팩토리와 유비테크의 시대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④]

전병서

기사입력 : 2026-03-24 14:28 최종수정 : 2026-04-10 15:01

공장의 불을 끄고 로봇을 켜라 : 다크 팩토리와 유비테크의 시대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④]

인간형 로봇, 그 꿈의 실현

2026년 현재, 전 세계 제조업의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공장의 불빛은 꺼졌지만, 기계음은 더욱 요동친다. 인간 노동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SF 영화 속의 상상이 아닌, 현실의 생산 라인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홍콩 상장 기업 '유비테크 (UBTECH Robotics: 優必選9880hk)'가 우뚝 섰다.

한때 "장난감 로봇 만드는 회사"라는 냉소를 받던 유비테크는 이제 시가총액 1,500억 홍콩달러 (약 26조 원) 를 넘나들며 아시아 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으로 성장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국 정부의 '신질생산력 (新質生産力)' 정책을 등에 업고 질주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기술로 돌파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응집된 결과물이며, 한국 로봇 산업이 경계해야 할 동시에 벤치마킹해야 할 가장 강력한 사례다.

▲유비테크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유비테크 웹사이트)

▲유비테크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유비테크 웹사이트)

이미지 확대보기

천재 소년의 장난감이 국보가 되기까지

유비테크의 신화는 CEO 저우젠 (周劍)의 집념에서 시작된다. 1970년대 생인 저우젠은 어릴 적부터 로봇에 미친 사나이였다. 심천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2012년 유비테크를 창업한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그 공장의 핵심 기술은 모두 외국 것이었다. 저우젠의 꿈은 단순했다. "중국이 만든 로봇으로 세계를 움직이겠다."

초기 10년은 지옥과 같았다. 핵심 부품인 서보 모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일본과 독일 부품을 사야 했고, 막대한 R&D 비용 때문에 회사는 항상 자금난에 시달렸다. 투자자들은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시장성이 없다"며 등을 돌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는 병원에서 방역 로봇을 납품하며 명맥을 유지했을 뿐,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전히 '돈 먹는 하마'였다.

전환점은 2023 년이었다. 저우젠은 회사의 모든 자산을 털어 대형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Walker)' 시리즈의 차세대 모델 개발에 올인했다. 그는 "로봇은 단순히 걷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손과 눈, 뇌가 되어야 한다"며 AI와 로봇의 융합에 사활을 걸었다. 수천 번의 넘어짐과 실패 끝에, 워커 S는 복잡한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가정에서 설거지를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인내심의 결정체였다.

선전(深圳)의 꿈과 국가적 백업

유비테크의 급성장 뒤에는 선전(深圳)시와 중국 중앙정부의 막강한 지원이 있었다. 선전시는 유비테크를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지정하고, 연구 단지 무상 제공, 세제 감면, 그리고 수십억 위안 규모의 산업 펀드를 투입했다. 특히 2024년 발표된 '인간형 로봇 혁신 발전 지침'은 유비테크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인간형 로봇을 주요 제조 공정에 보급하고, 2035년까지 일상생활에 확산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영 자동차 공장, 전자제품 조립 공장들은 경쟁적으로 유비테크의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창출이 아니라, 국가 주도의 '강제적 생태계 조성'이었다. 정부는 유비테크가 실패하지 않도록 시장의 바닥을 깔아준 셈이다.

다크 팩토리의 등장과 흑자 전환의 기적

유비테크의 운명을 바꾼 것은 '다크 팩토리 (Dark Factory)' 열풍이다. 인건비 급등과 청년 실업률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던 중국 제조업은 '사람 없는 공장'을 절실히 원했다. 여기에 생성형 AI의 비약적 발전이 더해지며 로봇의 지능이 폭발했다.

2025년, 유비테크는 드디어 역사적인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0% 급증하며 50억 위안을 돌파했고, 순이익은 8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주로 자동차 제조 (BYD, 니오 등) 와 3C 전자제품 조립 분야에서의 대규모 수주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BYD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는 유비테크의 로봇 200대가 24시간 동안 인간의 3배 속도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졌다. 일회성 판매를 넘어, 로봇 운영시스템 (ROS) 과 AI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을 통해 반복 수익(recurring revenue )을 창출하는 구조로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 시켰기 때문이다. 로봇이 팔리는 것이 끝이 아니라, 로봇이 일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수익원이 된 것이다.

▲유비테크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_(사진: 유비테크 웹사이트)

▲유비테크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공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_(사진: 유비테크 웹사이트)

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AI 전쟁과 로봇의 부상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로봇은 의외의 수혜자가 되었다. 미국은 고급 반도체와 AI 칩을 봉쇄했지만, 로봇 하드웨어와 응용 소프트웨어까지는 완전히 막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의 제재는 중국으로 하여금 '노동력 부족'을 '로봇 자동화'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유비테크의 강점은 '통합 솔루션'에 있다. 테슬라가 칩과 AI에 집중한다면, 유비테크는 정밀제어(모터), 센서, AI 알고리즘, 그리고 실제 산업현장 적용 노하우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테슬라(Optimus): 압도적인 AI 학습 데이터와 양산 능력 보유. 하지만 아직 산업 현장 적용은 초기 단계.
보스턴 다이내믹스(Atlas): 뛰어난 운동 성능. 그러나 전기 구동 방식 전환과 상용화 속도에서 느림.
유니트리(Unitree): 저가 소형 로봇에 강점. 하지만 대형 휴머노이드의 정밀 작업 능력은 부족.
유비테크(Walker S): 산업 현장 적응력 1 위. 이미 실제 자동차 공장에서 검증됨. 서보 모터 자체 개발로 가격 경쟁력 확보.

기술 격차는 좁혀졌다. 운동 성능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약간 뒤처질 수 있으나, 산업용 정밀도와 AI 와의 결합도에서는 테슬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이라는 거대한 실험실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무기다.

▲유비테크는 재생에너지 풍력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유비테크 웹사이트)

▲유비테크는 재생에너지 풍력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유비테크 웹사이트)

이미지 확대보기

광기의 주가: 미래가치를 선반영하다

자본시장은 유비테크에 열광했다. 홍콩 증시 상장 이후, 주가는 2024년 저점 대비 400% 이상 급등하며 테크 섹터의 대장주로 떠올랐다. 특히 2025년 흑자 전환 발표 직후,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순위가 급상승했다.

공장의 불을 끄고 로봇을 켜라 : 다크 팩토리와 유비테크의 시대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④]이미지 확대보기

분석가들은 "유비테크의 주가는 단순한 제조 기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3년간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유비테크는 다양한 수준에서 엔지니어와 교사,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로봇, AI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유비테크 웹사이트)

▲유비테크는 다양한 수준에서 엔지니어와 교사,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로봇, AI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사진=유비테크 웹사이트)

이미지 확대보기

유비테크는 다양한 수준에서 엔지니어와 교사,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로봇, AI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_유비테크 홈페이지

중국의 아틀라스가 될 수 있을까?

유비테크가 진정한 '중국의 아틀라스', 나아가 '세계의 로봇 강자'가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매우 높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로봇 수요의 폭발을 의미한다. 또한, 완결된 공급망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어떤 나라에도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고급 AI칩 수급의 불안정성이 장기적인 지능 발전의 병목이 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시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및 유럽의 규제) 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테슬라와의 양산 경쟁에서 최종 가격경쟁력을 누가 가져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비테크의 성공은 한국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첫째, '현장 밀착형 R&D'다. 유비테크는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공장으로 들어가 로봇을 함께 일하게 했다. 둘째,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이다. 부품 개발부터 AI,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비용을 낮췄다. 셋째, '정부 정책과의 타이밍'이다. 인구 위기라는 국가적 과제를 로봇산업 육성으로 연결한 정부의 전략에 민관이 완벽하게 호응했다.

한국은 로봇 기술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지만, 상용화와 생태계 구축에서는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유비테크는 말한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시장을 만들고, 정책을 뒷받침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있을 때 비로소 '강철의 용'이 깨어난다는 것을. 이제 한국도 제 2의 유비테크를 키워낼 토양을 만들 때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로봇이 일하는 그냥 공장을 구경하는 방관자가 될지도 모른다.

▲유비테크의 다양한 협력 파트너사들_(사진=유비테크 웹사이트)

▲유비테크의 다양한 협력 파트너사들_(사진=유비테크 웹사이트)

이미지 확대보기


전병서 박사는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고 이후 19년간 중국경제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빅스피커' 이찬진과 관치(官治)의 그늘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8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연말 은행장을 비롯한 대규모 자회사 CEO 선임을 앞두고 계파와 친소관계를 배제하라는 주문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 임원회의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내비쳤던 이 원장이 회장단을 직접 불러 메시지를 한층 분명히 한 것이다.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실질적 역할을 보장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기록까지 승계 절차를 구체화하라는 요구다. 이 원장은 사적 관계를 배제하고 적임자를 추천했다는 '대공무사(大公無私)' 고사성어까지 인용했다.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금감원이 2023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 태양을 쫓다 증시에 도착한 거인:러쥐 로보틱스(Leju Robotics)의 시대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⑭] 영하 20도 성화 봉송, 그 로봇의 정체2025년 11월 3일, 중국 제15회 전국체육대회(全运会) 성화 봉송 현장. 중국 로봇 역사에 한 줄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키 175cm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1.6kg의 성화를 한 팔에 들고 사람처럼 뛰며 다음 주자에게 전달했다. 보조 기술자도, 리모컨 조종도 없었다. 5G-A 네트워크와 자체 모션 제어 알고리즘으로 완전 자율 성화 봉송을 해낸 것이다. 2025년 2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로봇이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 성화 주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배터리를 잡아먹고, 관절 윤활유를 굳게 만드는 극한의 조건에서 이 로봇은 버텼다.이 로봇의 이름은 “쿠아보(KUAVO·夸父)”다. 그리고 이 로 3 AI는 당신이 못 떠난다는 사실까지 계산한다 [장준환의 AI법 네비게이터⑧] 최근 국내 한 대형 항공사의 장거리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면서 항공 서비스 보상 문제를 겪었다. 비행 중 벌레 물림으로 의심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이후 기내 방역과 좌석 관리, 승무원 응대, 그리고 항공사의 사후 대응과 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항공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보면 나는 아마 나쁘지 않은 고객일 것이다. 10년 넘게 같은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을 이용해 왔고, 앞으로 9개월 동안에도 이미 여섯 장의 항공권이 예약되어 있거나 대기 상태에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충성도 높은 VIP 고객에 가깝다.그러나 실제 보상 논의를 하다 보니 소비자의 위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불편을 겪었고,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
ad
ad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