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기사 모아보기 의장이 이끄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흔들리고 있다. 일간 이용자 수가 1500만 명 아래로 내려앉고 유료 멤버십 이탈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한때 철옹성 같던 ‘쿠팡 생태계’에 균열이 생겼다. 그 틈을 파고든 인물이 또 다른 김범석이다. 배달의민족 김범석 대표는 쿠팡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빠른 배송 영역을 겨냥해 장보기 서비스 ‘B마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달하는 ‘내일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이커머스는 전날 밤 마감시간 전까지 주문을 해야 다음 날 수령할 수 있는 구조로, 배송시간을 특정하기가 어려웠다. 배민은 이를 보완해 고객이 다음 날 상품 받을 시간을 1시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배민B마트 운영시간(오픈부터 자정까지)에서 ‘내일 예약’을 이용하면 다음 날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다. 운영하지 않는 시간(자정부터 오픈 전까지)에 주문하면 당일 원하는 시간대로 배달 시점을 지정하면 된다. 배송 시간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실시간 배달 현황은 앱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배민이 이렇게 장보기 서비스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쿠팡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의 일간 이용자수(DAU)는 지난달 26일 1478만 명으로 감소했다. 한 달 전인 11월 26일 1606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한카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2월 18~22일 5일간 쿠팡 매출은 933억8600만 원으로 사태 직전(11월 24~28일)보다 29.9% 감소했다.
견고했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 이탈이 시작되면서 쿠팡이츠 등 연계 서비스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배민과 직접적으로 맞붙는 쿠팡이츠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급성장의 발판이 됐던 약 1500만 명의 ‘와우 회원’들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어서다.
배민의 김범석 대표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에 밀렸던 배민은 전장을 ‘장보기’로 옮기며 반격에 나섰다. 배민은 최근 1~2년간 폭풍과도 같은 시기를 보냈다. 쿠팡이츠가 어느새 시장을 주도하는 리드 플레이어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쿠팡이츠를 쫓아가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핵심 시장인 수도권에선 쿠팡이츠가 배민을 추월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국회와 노동계의 집중포화도 맞았다.
실제 배민은 ‘내일 예약’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기존 이커머스업계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배민은 “기존 이커머스 업계의 익일배송은 전날 밤 마감시간 전까지 주문을 마쳐야 다음 날에 수령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배송 시간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2~3시간의 넓은 간격으로 설정할 수 있어 고객이 정확한 수령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민이 최근 도입한 ‘B마트 내일 예약’ 서비스는 쿠팡 로켓배송과 정면으로 겹친다. 쿠팡이 전날 밤 주문 마감 구조인 반면, B마트는 자정 이후에도 다음 날 아침 장보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배송 시간을 1시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은 ‘언제 올지 모른다’는 로켓배송의 약점을 파고든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B마트 전략을 ‘탈팡족’을 정조준한 움직임으로 본다. 배송 경험에 민감한 고객들에게 배민이 쿠팡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먼저 체험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장보기는 이커머스에서 가장 재구매 빈도가 높은 영역이다.
한 번 습관이 만들어지면 플랫폼 이동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장보기 서비스는 곧 생태계 주도권 경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결국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위기를 맞은 쿠팡의 김범석과, 그 틈을 파고드는 배민의 김범석이 ‘장보기’라는 동일한 전장에서 맞붙게 됐다. 속도와 편의, 신뢰를 둘러싼 이 싸움의 향방이 향후 커머스시장의 판도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빨리 배송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가 ‘어디에 장보기를 맡길 수 있느냐’를 다시 선택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쿠팡의 신뢰가 흔들린 사이, 배민이 그 빈틈을 장보기 경험으로 파고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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