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철학에 따라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공익법인 유한재단으로 지분율은 15.92%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장학사업과 교육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최대주주인 유한재단과 오너 일가 모두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조욱제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서 유한양행을 이끌고 있다. 이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제약업계에서 보기 드문 구조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24년 회장 및 부회장 직제를 부활시키며 논란을 불러왔다.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유한양행 측은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급 체계를 넓힐 필요성이 생겼다”며 28년 만의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유한양행에서 회장으로 불린 사람은 고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고문 두 명이다. 연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1996년 이후에는 회장직에 오른 이는 없다.
직제를 다시 만든 후 현재까지 회장 및 부회장직은 공석이다. 유한양행의 내규상 전임이나 연임이 아닌 초임 현직 대표만이 회장이나 부회장에 선임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임 대표인 이정희 의사회 의장과 조욱제 사장은 선임될 수 없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율은 80%로 5대 제약사 중 가장 높다. 이사회 관련 지표에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와 집중투표제 채택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켰다. 유한양행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여부에 대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독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이정희 기타비상무이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주주의 특별한 요청이 없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필요 시 집중투표제 도입에 관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 외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 등은 모두 준수했다.
지배구조의 안정성은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은 별도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562억 원으로 8.1%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이 5대 제약사(유한양행·종근당·GC녹십자·대웅제약·한미약품) 중 유일하게 1조 원을 돌파했다. 유한양행이 상반기 기준 매출액 1조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 1조25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543억 원으로 148.1% 늘었다.
호실적을 이끈 것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에 폐암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 이전을 했다. 기술이전 당시 계약금 5000만 달러(699억 원)를 수령했다. 이후 존슨앤드존슨의 이중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 임상시험으로 인한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수령했다.
향후 성장세도 기대를 모은다. 렉라자는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출시 초기 성과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신규 환자 중 4명 중 1명이 해당 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없이 기존 표준 치료법에 비해 1년 이상 긴 전체 생존기간을 보여주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아울러 밸류업 측면에서 유한양행은 지난 5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3.71%)를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총수를 줄여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높여준다.
유한양행은 2027년까지 자사주 1%(약 1200억 원) 이상을 소각하고, 같은 기간 주당배당금(DPS)을 2023년 대비 총 30% 이상 증액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현금배당성향은 2022년 28.7%에서 지난해 53%로 늘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