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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SK텔레콤 ‘40년 1등 통신’ 외양간 잘 고치려면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5-12 00:00

▲ 김재훈 기자

▲ 김재훈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네 고쳐야죠. 소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외양간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스토브리그’ 주인공 백승수(남궁민 배우)가 비리에 연루된 선수에게 충고하면서 던진 대사다. 과거 실수와 잘못을 반면교사 삼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선수 생활도 온전히 이어가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현재 SK텔레콤(이하 SKT) 유심 해킹 사태를 처음부터 현재까지 살펴보면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해킹사태가 ‘안일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지배적인 만큼 향후 고객 불안 해소와 재발 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SKT는 가입자 약 24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1위 통신사다. 특히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모두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것과 다르게 이번 사태 이전까지 고객정보 유출은 물론 해킹 피해도 없을 정도로 모범적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랜 평화가 이어질수록 SKT 안일함이 더 높아진 것일까. 실제 SKT는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했음에도 정보보안 투자에서는 통신 3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T 정보보안 투자액은 600억원으로 KT 1200억원, LG유플러스 620억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KT와 LG유플러스가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겪고 정보보안 투자액을 증액한 반면 SKT는 현상 유지에 그쳤다. 경쟁사 사태를 보고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로 SKT는 약 40년 동안 쌓아온 1등 통신 사업자 위상과 함께 고객 신뢰라는 가장 큰 소를 잃어버렸다. 원만하고 적극적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역시 SKT’라는 반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현재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미흡한 대처로 고객들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영상닫기유영상기사 모아보기 SKT 대표가 지난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 정보보안 투자에 대해 “실제 KISA 자료와 달리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정보보호 투자액까지 합하면 800억원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어이없는 변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과방위 청문회에서 지적된 ‘번호 이동 계약 해지금 면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확답을 내놓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유영상 SKT 대표는 이번 사태가 회사 측 잘못이란 걸 인정하면서도 고객 약관에 명시된 ‘사측의 귀책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금 면제’ 항목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KT가 내놓은 후속 조치에서도 미흡함이 나타나며 고객 불만이 더 커졌다. SKT는 사태 초기 시행한 ‘유심보호서비스’에 더해 ‘유심 무료 교체’라는 강수까지 뒀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심 대란까지 이어지며 고객들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그룹 회장이 7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번 해킹 사태는 물론 초기 미흡했던 대응 등 고객들의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사태 해결에 그룹사 전체의 역량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태원 회장은 사과와 함께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을 신설하고 정보보안 투자액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모든 그룹사가 참여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SKT뿐만 아니라 SK그룹사 차원에서 심도 있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해킹사태를 두고 최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나 사업적 손실 문제가 아니다. SKT가 약 40년 동안 1등 통신사로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 훼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SKT가 이번 사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선 고객들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의미다.

고객 신뢰 회복은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를 해결하는 회사 모습도 중요하다. 고객 불안과 불신은 고객 눈높이에 맞춘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만이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SKT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객들 불만과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는 점은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이미 불만이 높아진 고객들 요구에 답을 내놓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효과와 진정성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간끌기’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다.

최태원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고객의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담고 있는 진정성이 이른 시일에 나타나길 바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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